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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기술수출 감소 '먹구름'…ABL바이오 '반짝'

  • 2022.11.28(월) 06:50

올해 누적 L/O 4.7조…계약 건수도 '뚝'
'선급금' 늘린 점은 그나마 '긍정적'
산업기반 붕괴 우려…"내년 회복" 시각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L/O) 실적이 전년보다 대폭 쪼그라들었다. 다만,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 규모가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 가운데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우 L/O는 물론 선급금 규모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나며 선방했다. 국내 기업의 주요 수익원인 L/O 거래가 막히면 바이오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L/O 활성화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O, 지난해 34건→올해 13 '대폭' 축소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L/O 규모는 4조7000억원이었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 L/O 규모(13조3723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계약 건수 역시 지난해 34건에서 올해 13건으로, 대폭 줄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전통 제약사보단 바이오벤처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단일 계약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프랑스 사노피에 퇴행성뇌질환 치료체 후보물질 'ABL301'을 L/O한 에이비엘바이오였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월 사노피와 10억6000만달러(약 1조2720억원) 규모의 L/O 계약을 체결, ABL301의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전 세계 시장의 독점적 권리를 이전했다.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이어 노벨티노빌리티, 코오롱생명과학, 보로노이 등이 뒤를 이었다. 노벨티노빌리티는 지난 2월 cKIT 표적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NN2802'를 미국 바이오벤처 발렌자바이오에 7억3325만달러(약 8778억원) 규모로 L/O했다. cKIT는 비만세포 및 신생 혈관의 비정상적인 증식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단백질이다. 보로노이는 9월 미국 바이오벤처 메티스 테라퓨틱스와 고형암 치료를 위한 위한 경구용 인산화효소 저해 물질에 대한 L/O 계약을 맺었다. 총계약 규모는 4억8220만달러(약 6680억원)였다.

계약 건수 줄었지만, '선급금'은 늘었다

지난해보다 총계약 규모는 줄었지만, 선급금 규모가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다. L/O 계약의 경우 기술을 이전 받은 기업의 연구개발(R&D) 상황에 따라 권리가 반환되거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L/O한 후보물질이 개발이나 상용화로 이어져야만 수령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인 총 L/O 계약 규모와 달리, 선급금(업프론트)은 반환 의무가 없다. 업계에선 전체 계약 규모 대비 선급금 비율이 높을수록 개발이나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해 선급금을 공개한 9개 기업의 총선급금 규모는 1840억원으로, 전년 1739억원보다 증가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에이비엘바이오는 L/O에 성공한 국내 기업 중 선급금 규모도 가장 컸다. ABL301 계약의 선급금은 총계약 규모의 7% 정도인 902억원으로 책정됐다. 회사는 지난 3월 선급금을 수령한 데 이어 9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일부(약 278억원)를 추가로 수령했다. 이를 통해 L/O 수익만으로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7월 브라질 유로파마에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L/O한 SK바이오팜의 선급금 비율도 24%에 달했다.

미국 바이오벤처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신약 후보물질 2종을 L/O한 동아에스티의 선급금 비율도 7%에 가까웠다. 동아에스티는 L/O 계약과 함께 뉴로보 인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제넥신은 총계약 규모(159억원)는 작지만, 선급금 비율을 62%까지 높였다. 회사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KG바이오와 지속형 빈혈치료제 후보물질 'GX-E4'의 L/O 계약을 확장했다. 다만, KG바이오는 제넥신이 인도네시아 의약품 업체 칼베 파마와 함께 설립한 합작사다.

산업 붕괴 우려…"적정 가격 책정 필요"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L/O 실적이 부진했던 원인은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도 투자를 줄이는 분위기다. 경기 침체를 대비해 기술도입이나 전략적 투자 등에 쓸 비용을 줄이고 현금을 비축하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 노바티스나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애브비 등 빅파마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거나 관련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업계에선 글로벌 L/O 시장이 축소되면 국내 바이오 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기업은 임상 초기 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 기업에 L/O해 계약금을 받고, 이를 다시 R&D에 투자하는 수익 모델을 구축해왔다. 신약 개발과 상용화까지 직접 나서기엔 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탓이다. 특히 L/O 기회가 줄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문턱을 통과하는 게 더욱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L/O 성과는 기술평가특례 상장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격을 낮게 책정하더라도 적극적으로 L/O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호황기에 지나치게 높아졌던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적정 수준을 찾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코로나19 풍토병화(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 학회와 대면 미팅이 늘면 L/O 시장이 서서히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은 국내 기업들이 R&D 기반을 마련하고 세계 무대에서 인지도를 쌓기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라며 "그동안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계약을 보류했던 기업의 경우 적정 가격을 제시하거나 선급금 비중을 낮춰 리스크를 줄이는 등 L/O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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