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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씽킹맵]구광모 회장의 '5년 대계', 올해는 결실 볼까

  • 2023.01.06(금) 06:45

구 회장의 신년사 관통하는 키워드 '고객'
취임 5년차인 2023년, 사업 성과 보일까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2023년은 영특한 토끼의 특성과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가 간 갈등은 장기화되고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저성장 등 여러 경제위기 요인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총수들은 '토영삼굴(兎營三窟)'의 지혜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과제와 판단의 방향을 신년사 등에서 엿보이는 열쇳말과 함께 들여다봤다.[편집자]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가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직원들에게 신년사를 통해 전한 말이다. 그는 2018년 6월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신년사마다 고객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해왔다.

올해 경영 전망은 어둡다.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의 여파로 LG를 지탱해왔던 주력 사업들도 위기를 맞았다. 취임 5년차를 맞은 구 회장은 그동안 투자해온 신사업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그가 뚝심있게 추구해온 '고객 중심 경영'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힘 빠지는 주력 사업

구 회장은 올해 LG의 '기둥'을 다시 세워야 하는 큰 숙제를 안고있다. LG그룹 내 핵심 사업인 가전과 TV, 석유화학 사업이 부진에 빠져서다. 지난해까지 '효자' 노릇을 하던 이들 사업은 1년 만에 구 회장의 고민거리가 됐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LG전자의 주축인 H&A(Home Alppliance & Air Solution)와 HE(Home Entertainment) 사업본부는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지난 2분기 적자전환(-189억원)한데 이어 3분기엔 5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키웠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LG전자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의 성적도 좋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영업손실 7593억원을 기록하며 두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전방 수요가 늘어 '황금기'를 누렸던 2020년, 2021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LG화학의 주력인 석유화학 사업도 부진에 빠졌다. 지난 2021년 LG화학은 5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별도 실적 기준 역대 최대였다. 당시 그룹 내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1년 만에 사정은 크게 바뀌었다. 증권가에서는 계속된 석유화학 업계 불황으로 지난해 LG화학 영업이익이 3조원 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고있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지난해 시작된 경기 침체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가전제품과 TV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석유화학 사업도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을 늘리면서 과잉공급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 가치에 방점

이런 어려움 속에서 구 회장이 내놓은 답은 '고객'이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가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LG인들이 모여 고객감동의 꿈을 계속 키워 나갈 때 LG가 고객으로부터 사랑받고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며 "구성원 모두가 '고객가치 크리에이터'로서 내가 만드는 고객 가치가 무엇인지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총 다섯 번의 신년사에서 모두 고객 가치를 강조했다. 2019년 첫 신년사에선 LG만의 고객가치를 정의하고 이듬해에는 고객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2021년에는 고객 초세분화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해엔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고객경험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 사진제공=LG

LG그룹 내 계열사들은 '고객 중심 철학' 아래 고객 담당 부서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올해는 변화의 폭이 더 컸다. 더욱 체계적인 고객관리를 통해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겠다는 구 회장의 생각이 반영됐다.

LG전자는 본사 직속으로 CX(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센터를 신설했다. 사업부 별로 진행하던 CX사업을 CX센터를 통해 일원화했다. CX센터 산하엔 CX전략담당을 배치하고 전사 관점의 고객경험 지향점 및 핵심과제를 발굴·추진해나갈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도 CX조직을 세분화했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크기에 따라 고객사가 다른 탓에 민첩한 고객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해부턴 스마트폰, 노트북 등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TV 중심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대형솔루션CX그룹이 맡는다.

LG화학도 고객 가치 혁신 담당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재배치했다. CEO가 직접 고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영 전략을 짜겠다는 취지다.

'뉴LG' 뜬다

구 회장에겐 숙제가 하나 더 있다. 그동안 투자해온 신사업들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수익성이 떨어진 사업은 재정비하거나 정리했다. 지난 2021년 부진을 이어오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시켰다. 최근엔 LG디스플레이의 주력이었던 LCD사업이 중국 업체들에게 밀리자 과감히 사업을 접었다.

대신 그는 새로운 성장동력에 투자를 집중했다. 그가 선택한 새 먹거리는 전기차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 관련 사업이다. LG전자에서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는 2013년 처음 출범한 이후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사업본부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구 회장이 경영 전선에 나선 2018년부터다.

당시 LG전자는 자동차용 조명업체 ZKW를 1조4064억원에 인수하면서 전장 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자동차 보안기업 사이벨럼, 지난해엔 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 등 전기차와 전장 관련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워왔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LG전자 VS사업본부는 긴 암흑기를 지나 지난해 2분기에 26분기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말 수주 잔고는 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한 지 10년 만에 본궤도에 오른 셈이다.

배터리 사업에도 주목했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본부를 떼어내 투자금을 유치했다. 분리한 사업부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됐다. LG엔솔은 현재 LG그룹 내 '효자사업' 중 하나다. LG화학에선 석유화학 대신 배터리 양극재 사업에 역량을 쏟았다. 그 결과 LG화학 첨단소재 사업본부는 지난해 3분기 41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 대비 749% 증가한 수치다.

투자는 계속 진행형이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건설에 32억달러(약 4조원)을 투자한다. LG엔솔도 청주시 오창공장에 총 4조원을 투자하고 원통형 배터리 생산설비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제는 확실한 수확물을 보여줄 때다. 준비는 마쳤다. LG는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그동안 투자한 사업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계열사 CEO를 대부분 유임했다. 또 전장과 배터리 분야에선 임원 승진자를 대거 배출했다.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낸 사업들에 대해선 확실한 보상을 하겠다는 메시지다. 올해는 구 회장의 '5년 대계'가 결실을 볼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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