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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떠나는 클라인 벤츠 사장 "모두가 한국 예의 주시"

  • 2023.06.21(수) 16:55

토마스 클라인 벤츠코리아 대표, 송별 인터뷰
"한국에 전기차 들여오기 위해 본사와 싸우기도"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 /사진=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제공.

토마스 클라인 벤츠코리아 대표가 한국을 떠난다. 2021년 1월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지난 16일 벤츠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송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업무 뿐 아니라 제 삶에도 너무나도 좋은 기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는 벤츠코리아를 이끄는 동안 많은 성과를 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럭셔리, 전동화 전략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자리 수성에도 성공했다.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인정 받은 그는 독일 본사로 돌아가 승용차 글로벌 제품 관리 및 판매 총괄을 담당하게 된다.

"럭셔리·전동화 전략 성공"

2021년 1월 한국 사장으로 부임한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회사 내 전략부터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 벤츠는 5년 연속 수입차 판매량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을 두고 벤츠코리아가 '성장 중'이라고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수입차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오히려 그는 '지금은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시기'라고 느꼈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사장 부임 직후,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의 그간 전략을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며 우선순위를 재정립했다"며 "그 결과, 과거 볼륨적(판매량) 성장이 아닌 브랜드가 갖고 있는 럭셔리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가 추진한 차량의 럭셔리화는 본사 차원에서도 강력 추진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전략이 모든 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한국보다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이 높은 일본에서 유독 고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벤츠코리아의 럭셔리화 집중 전략은 한국 시장이 한단계 더 퀀덤 점프하는 계기가 됐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이 벤츠코리아를 이끄는 동안 한국은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전 세계에서 4번째 시장으로 성장했다. E클래스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상위 트림인 마이바흐 판매량도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다.

/사진=벤츠코리아 제공.

벤츠코리아의 럭셔리화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7조5351억원, 영업이익 2818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판매대수(8만976대)가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23.1%, 29.6% 늘었다. 비싼차를 그만큼 많이 팔았다는 의미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패션, 고급 시계 등에 대한 브랜드 헤리티지 이해도가 높다"면서 "특히 한국 고객들은 자동차를 자신을 표현하거나 표현하고 싶은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부임 이전 시점인) 2년 전과 비교하면 판매량은 5%, 매출은 45% 성장한 것을 보면 럭셔리화 전략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럭셔리화가 본사와 함께 발을 맞추는 측면이 강했다면 전동화 전략은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같았다. 그가 취임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모델은 EQC(2019년 출시)뿐이었다. 본사와 계속된 협의 끝에 벤츠코리아는 EQA, EQB, EQE, EQS SUV 등 전동화 모델을 모두 국내에 들여왔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더 많은 전기차 모델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본사 측과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며 "그 결과 현재 전동화가 판매 비중이 10% 이상을 달성했으며 개인적으로는 전동화 관련 성과를 더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스스로 과소평가…예측 가능한 규제 필요"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는 발언은 수입차 업계 관계자들의 단골 멘트 중 하나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 역시 인터뷰 동안 "본사에게 한국 시장은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그는 R&D 코리아 센터를 그 예로 들었다.

R&D 코리아 센터는 지난 2014년 설립된 연구개발조직으로, 한국을 아시아 허브 역할로 삼기위해 설립됐다. 처음엔 10명 남짓한 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약 60명 규모로 커졌다.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는 국내에 별도의 연구개발 조직이 없거나 있어도 그 규모가 3~4명 내외에 불과하다. 

그는 "이 센터에서는 한국에서 어떤 기술들이 호응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술들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도 꼼꼼히 살핀다"면서 "심지어 독일 슈투르가르트에는 한국 시장의 규제나 요건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조사만 하는 전담 부서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시장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예의주시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한국 스스로가) 오히려 간과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부분들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벤츠코리아 제공

벤츠코리아를 이끄는 동안 어려웠던 점을 묻는 질문엔 규제를 꼽았다. 특히 전기차 관련 정책과 규제들이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한국의 규제 환경은 정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을 이뤄냈다"면서도 "다만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서 규제가 도입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월 1일부터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공될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본사 쪽에 전년 7월 쯤 주문을 해야 한다"며 "준비할 수 있는 기간과 간격이 사전에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지난 20일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그는 독일 본사로 돌아가 글로벌 제품 관리 및 판매 총괄을 담당하게 된다. 후임은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 본사 디지털 서비스 총괄로 오는 9월 취임할 예정이다. 

마지막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다소 울컥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벤츠코리아 직원들과 마지막으로 함께한 페어웰 파티(송별회)에서도 아쉬움의 눈물을 흘릴 만큼 그에게 한국은 각별했다. 

토마스 클라인 사장은 "2년 반동안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단순히 근무지가 아닌 저와 가족이 살고 있는 집으로 여겼다"며 "좋은 기회로 누군가 다시 한국에 오겠냐고 제안을 한다면 적극적으로 '예스'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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