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시장 불황 분위기와 달리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보급 확대로 차량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수요가 늘어서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 수요가 급증한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개발에 집중하고, 수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불황없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보급에 따라 최근 자동차는 단순히 운송 기능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내부 공간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하면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지난해 88억6000만달러 수준에서 2027년 126억3000만달러로 연평균 약 7.8%씩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미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OLED를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글로벌 차량용 OLED 패널 출하량을 89만대에서 148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연평균 45%씩 성장해 오는 2026년엔 500만대, 2027년엔 9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OLED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LCD 대비 화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높아서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는 운전 시 햇빛 반사를 고려해 높은 밝기 수준과 극한의 온도변화에도 작동에 영향이 없는 안정성이 요구된다. 이뿐 아니라 OLED는 기존 LCD 대비 전력소비가 적고 무게가 가벼워 전기차 배터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속도로에서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 레벨3 기능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 내부에 디스플레이를 확대 적용하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자동차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는 단순 영상 구현을 넘어 자동차 부품과 내외장재를 제어하는 인터페이스로 활용되는 만큼 더 완성도 높은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완성차 업체 '마음 사로잡는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시장에 주목하고 수주 확보에 적극적이다. 전장 부품이 수주 사업이기 때문에 한번 시장에 진입하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을 지속할 수 있어서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차량용 OLED 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50%, 삼성디스플레이가 42.7%다. LG디스플레이는 업계 최초로 차량용 OLED를 개발한 2019년 당시엔 시장 점유율을 90% 이상이었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차량용 OLED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은 국내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차량용 OLED 시장은 당분간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탠덤 OLED를 비롯해 슬라이더블, 투명 OLED 등 여러 폼팩터를 앞세워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 2020년 캐딜락에 이어 지난해부터 벤츠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프로젝트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탠덤 OLED는 지난 2019년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유기 발광층을 기존보다 1층 더 쌓아 총 2개 층으로 만든 차량용 P(플라스틱)-OLED다. 기존 OLED 대비 더 밝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부터는 유기발광 소자의 효율을 개선한 2세대 탠덤 OLED를 양산하고 있다.
손기환 LG디스플레이 오토마케팅 상무는 지난달말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현재 차량용 패널 수주 잔고는 약 20조원을 기록하고 있고, 이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차량용 패널 매출은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약 10% 중반대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화면이 구부러지는 벤더블 OLED 기술을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관련 시제품을 지난 1월 열린 CES 2023에서 선보인 바 있다. 이를 통해 고객사를 다양하게 확보하며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미 BMW·아우디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지난 4월에는 페라리와 OLED 패널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에 들어서면서 배터리 효율을 중요시하다 보니 전장 부품의 저전력, 경량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에 따라 LCD보다 가볍고 고효율의 OLED가 빛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OLED는 LCD보다 단가가 높아 디스플레이 업체 입장에선 수익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