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동 LG디스플레이 신임 사장이 이달 1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3일 LG디스플레이는 정기 이사회를 통해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바 있죠.
정 사장은 공식 업무를 시작하며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취임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그의 메시지는 "7년 만에 여러분 곁으로 돌아와 새롭게 인사드린다"며 시작합니다.
40년 'LG맨'이 떠안은 과제
정 사장은 이전에도 LG디스플레이에 몸담은 바 있는데요. 그는 지난 40여년간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LG의 부품·소재 부문 계열사를 두루 거친 'LG맨'입니다. 지난 1984년 LG반도체 입사 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 담당 상무, 생산기술 센터장과 최고생산책임자를 거쳤죠. 그는 원천기술 확보, 생산공정 혁신을 주도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또 LG화학에서는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으로서 다양한 신규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시킨 경험이 있고요. 지난 5년 동안은 LG이노텍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저성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질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죠.
실제 정 사장이 LG이노텍에 취임한 2019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7.2% 증가한 4764억원을 기록했고요. 지난 2021년에는 전년(6810억원)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한 1조264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습니다. 작년 영업이익 역시 1조2717억원으로 2년 연속 1조원을 넘겼고요.
이렇듯 정 사장은 그룹 내에서 B2B 사업과 IT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과 경영 능력을 갖춘 최고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LG디스플레이는 신임 CEO 선임에 대해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해 OLED 중심의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차별화 기술,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가속화하며 질적 성장을 추진해 나가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 그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최악의 불황에 직면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 적자로 전환해, 올 3분기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3분기 영업손실 6621억원을 기록해, 6개 분기 누적 영업손실만 4조7653억원에 달하죠.
정 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 7년 만에 돌아와 '흑자전환'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정 사장이 취임 메시지에서 '위기 극복'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겁니다. 그는 "회사가 수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막중한 소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고객과 약속된 사업을 철저하게 완수해 내고, 계획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 전반의 원가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품질·가격·납기 등 기업경쟁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부터 탄탄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현장에서 많은 소통을 하며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쟁사 앞서가는데…
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사업구조 개편 속도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LG디스플레이에 가장 시급한 숙제기도 하죠.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를 핵심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데요. 디스플레이 업계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아이패드, 맥북에도 OLED를 탑재하기로 하면서, IT용 OLED에 대한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할 상황입니다.
경쟁사들은 빠르게 투자를 이어가며 LG디스플레이의 목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아산사업장에 월 1만5000장 규모의 8.6세대 IT용 OLED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BOE도 청두 지역에 총 88억달러(약 11조5000억원)을 들여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양산 경쟁이 중요한 만큼,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LG디스플레이도 빠르게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죠.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 달리 8세대 OLED 패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OLED 패널의 IT기기 적용 확대에 따른 수혜 강도는 제한적"이라며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면 투자를 통한 중장기 실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정 사장의 부담감을 낮추는 희소식은 4분기부터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는데요. 4분기에 접어들며 재고 조정이 완화되는 추세인 데다, 연말 성수기에 접어든 만큼 패널 출하가 증가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지난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올해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사업구조 고도화와 원가 혁신에 전사 역량을 집중하며 손익을 단계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전방 산업의 패널 재고 조정이 완화되고, 연말 성수기 수요 대응을 위한 중대형 제품과 모바일 신제품 패널 출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4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향후 차량용 OLED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차량용 OLED 시장은 연평균 36% 고성장이 예상되는데요. 이는 일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률인 8%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에 디스플레이 업계는 초기 단계인 차량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요. 현재까지는 LG디스플레이의 분위기가 좋습니다. 지난해 기준 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하고요. 또 LG디스플레이는 올해까지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주 잔고만 20조원 수준이며, 오는 2030년까지 수주 잔고는 약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OLED 시장 성장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며 "올해 수주 잔고 중 수익성 높은 차량용 OLED 수주 잔고는 8조3000억원으로 예상돼 향후 실적 개선 폭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사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인데요. 그는 취임 메시지를 마무리하며 "LG디스플레이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하겠다"며 "자랑스러운 LG디스플레이를 만들어 가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며, 임직원 모두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정 사장이 신임 CEO로서 LG디스플레이의 위상을 되살릴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