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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내리는 유가에 정유업계 '먹구름'…한 템포 쉬어간다

  • 2023.12.11(월) 06:50

원유감산 발표에도 국제유가 지속 하락세
3분기 '반짝'했던 정유업계…4분기 '암울'

/그래픽=비즈워치

국제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며 정유업게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을 발표했지만, 주요 원유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원유 생산량을 늘린 점도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 3분기 국제유가가 고점을 찍으면서 깜짝 호실적을 기록했던 국내 정유사들은 4분기엔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

국제유가 '하락 또 하락'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유(WTI) 1월 선물 종가는 배럴당 69.34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6일 기준 69.38달러를 기록하며 지난 7월 3일(69.79달러)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7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두바이유와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두바이유와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역시 배럴당 75달러와 74.0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각각 2.53달러, 0.25달러 하락한 수치다.

지난달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자발적 원유 감산에 합의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이 의무가 아닌 자율인 탓에 실제 추가 감산은 발표보다 적을 수 있다는 회의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에너지 업계가 원유 생산량을 늘렸고, 중국 내 경기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근거로 중국의 국가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침체와 미국 내 휘발유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수요 둔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회의 이후 주요 산유국의 감산안이 발표됐으나 이는 일부 산유국의 자발적 감산이었던 만큼 이행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 4분기 '먹구름'

국내 정유업계 실적은 국제유가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원유 구입 시기와 정제 후 제품 판매 시기까지 차이에서 발생하는 재고평가손익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이송·정제하는 동안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를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올해 3분기에 사들인 원유가 4분기 들어 하락하면 장부상엔 손실로 기록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는 배로 운송하는 데만 평균 20일 넘게 걸리고, 정제 후 제품으로 만든 뒤 전국 주유소에 판매하는 시점까지 고려하면 원유 구입에서 제품 판매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국내 정유사들이 국제유가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실제 국내 주요 정유업체 4곳(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국제유가가 90달러 이상을 기록했던 올해 3분기 전년 동기(1조3521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2조996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4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지속 하락하면서 전 분기 대비 저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도 정유업체들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3분기보다 낮춰잡았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이노베이션이 올 4분기 전년 대비 45% 하락한 743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 에쓰오일(S-Oil) 역시 44% 감소한 47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선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실적 둔화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4분기 재고 관련 손익은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로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된다"며 "중국 내 수요가 위축되면서 전체적인 전방 수요는 3분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동절기 진입에 따른 난방유 비축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어느 정도 실적 방어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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