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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이재용의 '뉴삼성' 본격 시동걸까

  • 2024.02.06(화) 17:20

무죄 선고 후 사법리스크 해소, 본격 경영복귀 전망
등기이사 전환·M&A 기대감…컨트롤 타워 구축까지

/그래픽=비즈워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삼성물산 부당 합병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재판은 이 회장이 2020년 9월 기소된 이후, 3년5개월 동안 지속돼 온 사안이었습니다.

1심 재판이라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도 있고,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일감 부당 지원 의혹 재판은 지속된다는 점에서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검찰의 모든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재판부의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간 삼성을 괴롭히던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는데요.JY 신경영 선언' 나올까

사법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만큼 이 회장이 자신만의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습니다. 이른바 '이재용표 신경영'입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신경영 선언'을 발표한 바 있죠. 하지만 2014년부터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회장은 아직 자신만의 경영 비전을 선보이지 않았습니다. 2022년 10월 회장 취임 당시 메시지나, 매년 신년사도 없었죠.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회장의 9년간 재판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삼성그룹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 참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주주환원정책 강화,  M&A, 신규 투자 확대 등의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 향후 삼성그룹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신경영 출발점이 다음 달 주주총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여는데요. 여기서 이 회장이 사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릴 지가 업계 최대 관심사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재선임 없이 물러났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2년6개월의 징역을 살다 2021년 광복절 가석방으로 나왔지만,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취업제한 5년을 적용받았습니다. 이후 2022년 광복절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지금은 취업제한이 해제된 상태입니다. 다음달 등기이사로 복귀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죠.

이 회장이 투표를 거쳐 등기이사에 오른다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됩니다. 사법리스크로 몸을 사렸던 지난날과는 다른 적극적인 경영 행보가 가능해진다는 것인데요. 

등기이사가 지닌 책임 역시 이 회장의 등기이사 등재 가능성에 힘을 싣습니다. 상법 399조에는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등기이사가 기업 운영에서 잘못을 저지르면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이죠. 총수 일가가 등기이사로 재직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이사는 이 회장뿐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뉴삼성' 위해 필요한 것들

현재 이 회장 앞에는 숙제가 산적해있는 상태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지지부진한 성적을 냈습니다. 작년 반도체 사업은 연간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고요.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399억 달러로 2년 만에 인텔(487억 달러)에 1위를 내줬습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지난해만 조 단위 적자를 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점차 벌어지고 있습니다. AI(인공지능)이 촉발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점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렸고요. 

또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2년 만에 애플에 1위를 내줬습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연간 2억346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삼성전자(2억2660만 대)를 추월했죠.

업계에서는 최종결정권자인 이 회장이 족쇄에서 벗어난 만큼,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형 M&A(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내외 기업들이 신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삼성도 그룹의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형 M&A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죠.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2017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이 마지막입니다.

보유한 현금은 이미 충분합니다. 삼성전자 IR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2조420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 2022년 115조원을 웃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실적 부진과 투자 확대로 소폭 줄어든 수준이긴 하지만, M&A에 사용할 실탄으로는 충분하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NEOM)' 시티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 밖에도 이 회장표 뉴삼성을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는데요.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하는 대신,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사업부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각 TF가 개별적으로 계열사를 관리하는 방식이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룹 안팎에서 나왔습니다.  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미전실을 대체해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작은 돛단배에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 없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그룹 컨트롤 타워 복원이 필요하다는 개인적 신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설 연휴 글로벌 현장 경영을 시작으로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해 왔습니다. 올해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설 연휴 기간 해외 사업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회장이 앞으로 어떤 경영 행보를 보일지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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