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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홀로 선 OCI, '사업 다각화·부광약품' 과제 어쩌나

  • 2024.03.30(토) 15:00

[워치인더스토리]
한미약품과 그룹 통합 물거품…이우현 "다른 기회 찾을 것"
부광약품 통합 구상도 무산…지분 추가확보·경영정상화 과제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말고 많고 탈도 많았던 국내 산업계의 '주총 시즌'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권을 잡기 위한 갈등이 벌어지거나 표 대결이 펼쳐지는 등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았던 곳이 바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였습니다.

지난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는 이른 바 '남매 전쟁'이 벌어졌는데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 겁니다. 그 결과 형제 측이 승리를 거두면서 한미그룹은 큰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이 주총이 더욱 관심을 받았던 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여부가 걸려 있었기 때문인데요. 모녀 측이 승리를 거둘 경우 두 그룹의 전례 없는 통합이 추진될 수 있었지만, 형제 측이 이기민셔 이런 구상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결국 표 대결 결과 OCI와 한미약품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OCI 그룹 입장에서는 한미약품 그룹과의 통합이 성사된 이후의 사업 구조 개편과 경영 전략 등을 구상하고 있었을 텐데요. 이런 구상이 무산된 만큼 다시 기존에 안고 있었던 과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됐습니다. 제약·바이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부광약품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우현 "한미와 통합 절차 중단…다른 기회 찾을 것"

이우현 OCI 회장은 지난 29일 서울 중구 OCI빌딩에서 열린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번 통합 무산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먼저 인사말을 통해 "어제 진행된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에서 좋은 결과로 보답받지 못해 송구하다"며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이어 "OCI홀딩스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다각화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며 "앞으로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미그룹과의 통합으로 제약·바이오 사업을 크게 확장하려고 했지만 물거품이 됐는데요. 하지만 앞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겁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 /그래픽=비즈워치.

앞서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이후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 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㉟OCI그룹 "통합절차 중단…결과 겸허히 수용"(3월 28일)

이 회장은 주총 이후 기자들과 짧은 간담회도 진행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했는데요. 일단 한미그룹과의 통합을 다시 추진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습니다. 그는 "서로 힘을 합쳐서 같이 해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생각이 다르면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저희는 다른 기회를 찾아야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 회장은 바이오 분야 사업 다각화를 묻는 질문에는 "제약·바이오 시장은 노령화 사회 진입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기회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부광약품 정상화 숙제…우기석 대표, 구원투수 될까

OCI그룹은 한미그룹과의 통합으로 그간 공들여온 제약·바이오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는데요. 앞서 OCI는 지난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하며 새로운 사업에 발을 들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부광약품이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보이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이런 부광약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먼저 힘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장과 함께 부광약품 공동대표를 맡게 된 우기석 대표의 직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는 사실입니다.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 대표는 부광약품의 영업력을 보충해 줄 최적의 경영자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부광약품 연간 실적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우 대표는 한미약품그룹 계열사인 온라인팜의 대표인데요. 영업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는 지난 22일 열린 부광약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는데요. 이는 두 그룹의 통합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었습니다. 한미약품 경영진의 추천으로 부광약품에 합류한 건데요. 한미와의 통합이 무산됐는데도 우 대표의 직을 유지한다는 건 그만큼 부광약품의 경영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더해 OCI 그룹은 부광약품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요. 이에 따라 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오는 2025년까지 부광약품 지분 19.1%를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주가에 따라 부담이 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를 비롯해 과연 OCI 그룹이 앞으로 여유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쓸지가 시장의 관심사입니다. OCI홀딩스의 주가는 통합을 발표한 뒤 되레 하락세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회장도 이날 "최근 OCI가 투자를 하면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고민이 많았다"고 언급하기도 했고요.

일각에서는 OCI 그룹의 바이오 사업 확장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대표 제약사인 한미사이언스와의 통합 예고로 시장의 눈높이는 이미 높아졌지만, 현재는 마땅한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통합 무산으로 발생한 여유 자금이 또 다른 바이오를 향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회장은 여전히 제약·바이오 등 사업 다각화를 꿈꾸고 있는데요. 한미그룹과의 통합 불발로 이 회장의 구상은 일단 훗날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갈지 OCI 그룹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OCI 그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같이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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