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삼성전자가 국내 웨어러블 시장 침체기 속에 스마트밴드 신작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시 초반 분위기는 성공적이다. 이달 초 삼성닷컴에 단독 출시한 '갤럭시핏3'는 출시 당일 모두 동났고, 재입고 이후에도 약 1시간 만에 품절되며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스마트워치에 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스마트밴드'가 침체된 시장을 파고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웨어러블 시장의 전체 출하량은 전년 대비 25.5% 감소했고, 스마트워치는 32.7% 감소했다. 이에 비해 스마트밴드의 출하량은 약 31만대로 준수한 수준을 이어갔다. 더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성능은 스마트워치 못지않은 스마트밴드에 대한 선호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핏3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읽은 제품이다. 10만원 이하의 가격대지만 화면이 커지며 디자인도 더 스마트워치처럼 개선됐고, 스마트워치의 기본 기능은 대부분 갖췄다. 삼성전자로부터 제품을 대여해 약 2주간 사용해봤다.
스마트워치야, 밴드야?
갤럭시핏3의 첫인상은 '스마트워치'스럽다는 것이었다. 스마트워치같은 인상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디스플레이다. 갤럭시핏3는 40mm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전작인 갤럭시핏2 대비 45% 커진 수준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샤오미의 스마트밴드 제품인 '미밴드'와 비슷한 느낌이라면, 사각형의 디스플레이 덕분에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와 비슷해보였다.
스마트워치에 주로 탑재되던 AOD(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기능도 탑재했다. AOD를 활성화한 상태하면 손목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인식해 화면이 켜진다. AOD를 켜면 배터리가 빨리 닳기는 하지만, 이 역시 전작에는 적용되지 않던 기능이다.
기기 본체의 무게는 18.5g에 불과하다. 갤럭시워치6의 40mm 모델의 무게가 28.7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벼운 편이다. 이는 스트랩을 제외한 본체만의 무게다. 기본 스트랩을 장착해도 38g로 일상생활뿐 아니라 수면 측정을 할 때도 불편함 없이 가볍게 느껴졌다.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인 운동 측정도 꽤 만족스러웠다. 유산소·웨이트·구기종목 등 100 종류 이상의 운동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수면·스트레스 등 기본적인 건강 모니터링 기능도 스마트워치 수준으로 측정해 줬다.
스마트워치에만 적용됐던 안전 관련 기능도 처음으로 적용됐다. '낙상 감지'와 '긴급 SOS' 기능이다. 갤럭시핏이 낙상을 인식하면 구조를 요청하는 음성 전화가 긴급 연락처로 자동 발신되고, 위치 정보를 담은 SOS 메시지가 사전에 설정된 전화번호로 발송되는 기능이다. 측면 버튼을 5번 누르면 긴급 SOS를 칠 수도 있다.
오래 가고 빠르게 충전…배터리 강점
스마트워치를 착용할 때 가장 번거로운 점 중 하나가 충전이다. 갤럭시핏3은 스마트밴드 제품인 만큼, 스마트워치보다 충전 부담이 낮다. 삼성전자 내부 실험실 테스트 결과 배터리는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최대 13일까지 사용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실제 배터리 성능 테스트를 위해 9일 오후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 착용을 시작했는데, 약 3일이 경과한 12일 오전 6시 50%까지 배터리가 닳았다. 이후 14일 아침에 확인하니 방전돼 있었다. 수면 측정과 AOD 등의 기능을 사용하니 배터리가 빨리 닳는 느낌이었다.
실제 일반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 충전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은 5일 내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기준보다는 아쉽지만, 일반적인 스마트워치와 비교했을 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다.
급속 충전을 지원해 충전이 빠르게 된다는 것도 충전 부담을 낮추는 요소다. 30분 충전 시 최대 65%까지 충전된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제품이 방전 상태에서 충전을 해보니 충전 시작 5분이 지나자 14%, 20분이 경과하자 절반가량 충전이 됐다. 100% 완전 충전까지는 한 시간 남짓이 소요됐다.
가성비 웨어러블 찾는다면
이처럼 스마트워치를 방불케 하는 기능을 탑재했지만, 이따금 "아, 이거 스마트밴드였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화나 문자가 왔을 때가 대표적이다. 먼저 전화가 오면 갤럭시핏으로는 받을 수는 없고, 끊거나 문자 메시지만 보낼 수 있다. 메시지 내용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나중에 다시 연락바랍니다 △다시 전화 드릴게요 등 세 가지 한정이다.
문자 역시 △좋아 △아니 △괜찮습니다 △나중에 △멋져 △가는 중이야 △정말? △그러게 △오오 등 정해진 문구만 전달 가능하고, 원하는 답장을 할 수는 없다. 통신 기능뿐 아니라 GPS도 지원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없이는 운동을 기록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기능이 아쉬울 때 8만원대의 가격을 떠올리면 모든 것이 상쇄됐다. 20만원이 훌쩍 넘는 스마트워치를 구매하기 부담스럽지만, 운동·수면을 측정해 주는 똑똑한 시계를 원하는 이들에게 갤럭시핏3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