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
LG그룹 사회복지법인인 LG복지재단의 설립 취지다.
LG복지재단은 초대 대표이사인 구자경 LG명예회장이 기업의 이윤을 주변 이웃과 나누고 소외된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91년 1월에 '럭키금성복지재단'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이후 1995년 LG복지재단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30년이 넘도록 정의 사회 구현과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15년부터는 LG의인상을 제정해 남다른 선행과 의로운 행동으로 사회 귀감이 되는 의인을 포상하는 것으로도 우리에겐 더욱 익숙하다.
이런 LG복지재단이 최근 믿기 어려운 위기에 봉착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주식 부정거래 의혹이 불거지며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구 대표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다.
구연경 대표는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 기업 A사의 기타비상무이사(등기임원)를 맡고 있는 B씨를 소환조사했는데 구 대표의 A사 주식 취득과 관련된 사안으로 알려졌다.
A사는 지난해 4월 블루런벤처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구 대표의 남편인 윤관 씨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있는 회사다. A사 주가는 지난해 3월말 주당 1만6000원 선에서 투자 소식이 알려진 당일 16% 이상 급등했고 한때 5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구 대표가 A사 주식 3만주를 개인적으로 취득했다는 것이다. 매입 시점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식을 사들인 시점이 투자 발표 전일 경우 일반 주주는 알 수 없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했을 수 있다.
자본시장법 제174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매겨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구 대표는 바이오업체 A사의 주식 3만주를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고 하면서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주식 기부를 통해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던 정황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LG복지재단은 이 같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면서 기부를 수용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LG복지재단 내부에서는 구 대표의 자진사퇴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재단 이미지 훼손과 함께 관련 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는 소극적인 태도가 눈총을 샀다. 구 대표는 지난해 2월 어머니 김영식 여사, 동생 연수씨와 함께 서울서부지법에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일련의 사태들은 재벌들의 영원한 숙제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리게 한다. 조사 결과 의혹이 실재로 드러날 경우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 관련 조사는 진행 중으로 업계에선 금감원이 앞선 B씨에 이어 향후 조사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혹이 풀릴 때까지 LG가 장녀이자 LG복지재단 수장의 자격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