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쥔 가운데 국정감사에서 MBK파트너스의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자격이 도마위에 올랐다. MBK의 시세조종 불법성 인정 여부와 이에 따른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취소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 현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질의가 집중됐다. 김태현 이사장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법성이 인정되거나 관계법령 위반으로 감독기관 중징계 조치 등의 사전통지를 받을 시 MBK에 대해 위탁운용사 선정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에서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사회적 가치 등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냐"고 묻자 김 이사장은 "당장 어떻게 답변할 수는 없고 정해지는 절차에 따라 향후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정해지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시 MBK파트너스를 뽑은 것처럼 수익성만 고려해선 안 된다"고 한 지적한 것에 대해 "저희들이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MBK가, 국민연금이 주요 투자자로 있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개입 시도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며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경영권 분쟁의 뒷돈을 대주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 자금이 우호적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아닌 적대적 M&A를 통한 경영권 쟁탈에 쓰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사모펀드 위탁운용사로 MBK 파트너스를 선정한 바 있다.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조성한 6호 바이아웃펀드에는 국민연금이 출자한 약 3000억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로 제2, 제3의 고려아연 상황이 나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과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투기적 사모펀드를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것이 ESG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느냐고 김 이사장에게 질의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나온 제기사항이나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위탁운용사 선정을 좀 더 정교하게 하거나 개선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에 MBK의 시세조종 행위 가능성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MBK가 고려아연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투자자들이 MBK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MBK파트너스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하지 않은 것을 언급하며 국민연금공단에서 이런 운용사를 선정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사모펀드에 국민연금 기탁 운용을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현재 고려아연과 관련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은 MBK가 그동안 해왔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MBK가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동안의 행태를 보면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며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현재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과 영풍 측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자사주 공개매수(최대 매수 한도 20%) 후 소각할 계획으로 10% 확보시 양측 지분이 모두 40%대 초반이 되면서 어느 곳도 절대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된다. 40% 중반을 가져야 표 대결에서 유리한 만큼 국민연금의 중요성이 지속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