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열린 포스코홀딩스 ESG위원회에 상정된 '포스코글로벌센터 3부지 시공사 선정·공사 계약' 의안이 부결됐다. 이 위원회에 속한 유진녕·유영숙·김준기·천성래 위원이 모두 반대하면서다. 유진녕(엔젤식스플러스 대표), 유영숙(기후변화센터 명예 이사장), 김준기(연세대 교수) 등 사외이사뿐 아니라 천성래(포스코홀딩스 부사장) 사내이사까지 반대표를 던졌다.
포스코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 성남시 위례 택지개발지구에 포스코 글로벌센터를 지을 계획인데, 시공사 선정 과정이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사회 사안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8일 비즈워치는 코스피 시가총액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이사회에서 이사의 반대표가 얼마나 나왔는지 분석했다. 지난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이사가 일할 때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등 최근 강화되고 있는 이사의 독립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시총 100대 기업 중 올 상반기 이사회에서 반대표가 나온 회사는 6곳이었다. 반대 비율은 높지 않지만,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하고 무조건 찬성하는 이른바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과거 이사진의 행태와 비교하면 소신 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는 지난 3월 열린 이사회에서 '임원관리규정 제14조 개정'이 부결됐다. 최태원 회장·장용호 사장·강동수 부문장 등 사내이사와 김선희(매일유업 부회장), 박현주(변호사), 윤치원(에코넥스 회장), 이관영(고려대 대학원장), 정종호(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 등 사외이사 모두가 반대했다.
LG전자는 지난 1월 열린 이사회에서 '로봇 관련 지분 인수 및 사업 양도 승인의 건' 안건에 대해 서승우(서울대 교수) 사외이사가 나 홀로 반대했다. 이 로봇 회사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LG전자가 3219억원을 투자해 지분 61.1%를 인수한 미국 자율주행 서빙로봇회사 베어로보틱스다. 서 사외이사는 베어로보틱스에 대해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사업상 시너지 효과가 약하고, 미래지향적 사업강화 관점·인력재배치 측면에서도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서 이사를 제외한 권봉석 부회장, 조주완 사장, 김창태 부사장 등 사내이사와 이상구(서울대 교수), 강수진(고려대 교수), 류충렬(KAIST 교수) 등 사외이사가 모두 찬성하면서 이 안건은 가결됐다.
KB금융은 지난 4월 열린 이사회에서 상정된 '자기주식 취득·소각' 안건에 대해 김성용(성균관대 교수) 사외이사가 혼자 반대했다. 그는 "밸류업 정책 추진에는 예측 가능성이 동반돼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나머지 이사들이 모두 찬성하면서 안건은 가결됐다. 이사회 직후 회사 측은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 열린 KT 이사회에선 김용헌(변호사)·이승훈(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 사외이사가 '이사회 관련 규정 등에 대한 개정' 안건에 반대했다. 하지만 나머지 이사들 찬성하면서 이 안건은 수정가결됐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고려아연 이사회에선 반대표가 속출했다. 현 경영진이 추천한 11명의 이사진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제안한 4명의 이사진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이사회에서 반대표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은 이사회에 안건을 보고하기 전에 2~3번 내부 검토와 조율을 거치기 때문"이라며 "간혹 이사회에서 반대표가 나오는 것은 생각이 다른 소수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법이 개정되면서 이사들의 소신있는 목소리가 나오는 추세"라며 "앞으로 그 흐름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