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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워치]격변하는 전략광물 산업 위상과 국가 명운

  • 2025.12.20(토) 08:55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가 없다'

1983년 2월 당시 이사였던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미래는 반도체라며 도쿄 오쿠라호텔에서 반도체 선언을 하며 남긴 말이다. 이전까지 많은 투자가 들어갔던 삼성에선  반도체 사업을 직접 할지를 놓고 사장단 회의가 열렸고 참석 임원의 3분의 2이상이 이를 반대했다. 엄청난 투자비용과 초정밀 기술이 필요해 실패 시 떠안아야 할 그룹 리스크가 막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사재를 털어서라도 시작하겠다'며 반대 의견을 설득했고 40년이 지난 지금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뿐만 아니다. 글로벌 리더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은 물론 미국과의 경제안보 동맹에 있어 핵심 기업으로서 외교적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해 내고 있다.

현재 세계 경제의 큰 화두 중 하나는 전략자원 시장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지각 변동이다. 아연, 연, 구리 등 과거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자원들은 데이터센터, AI, 방위산업 등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가 되며 조연에서 주인공이 된 세상이 펼쳐졌다.

며칠 전 고려아연이 미국 전쟁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헤 테네시 제련소 건설 사실을 알렸다. 무려 10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자립, 경제안보 강화, 나아가 한미간 공급망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고려아연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서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번 투자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양국 간 경제적 신뢰를 한층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희토류 등 희소 광물 시장을 지배하며 보복 카드를 꺼내 들자, 미국은 한국, 일본 등 우방 8개국과 함께 중국을 배제한 전략 광물 공급망 '팍스 실리카'를 출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전략산업 공급망 자립을 위해 민간 기업에 대한 직접 지분투자에 나서고 있고 고려아연이 핵심 파트너 중 하나로 선택됐다. 

국익 차원뿐 아니라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미래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11조원 규모 투자 중 미국 측이 90% 이상을 부담하고 고려아연은 10% 미만의 출자로 연간 1조3000억원의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고려아연은 독자적인 건설과 운영을 통해 급증하는 전략광물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미국 내 비철금속과 핵심광물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노후 제련소 폐쇄와 환경 규제로 공급은 줄고 있어 향후 이 제련소의 가치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합작법인 차입 과정에서 연대보증 부담이나 건설·운영 리스크 분담 구조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고려아연이 실적과 성과로 증명해야 할 부분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도 4년의 공사 기간을 포함해 긴 시간에 걸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고 차입금도 저리의 미 정부 정책 자금이라 재무적인 충격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경영권 분쟁과 맞물려 대주주인 영풍-MBK 측은 '졸속 검토'라고 비판하며 가처분을 제기했고 이사회에서도 반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역시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현 경영자인 최윤범 회장 측에 비해 지분 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신주발행 후에도 이들의 우위는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 이슈를 차치하고 제련 분야 세계 1위이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며 더 이상 개인의 기업이 아닌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 제련소를 건설하는 것은 사업 안전성이나 성장성 면에서 절호의 기회임엔 분명하다. 기업 차원에서의 미래의 성장동력, 더 나아가 전략광물 시장에서의 외교적 위상강화를 위해 대주주의 반대 속에서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가 없다'는 의지를 고려아연이 지속해나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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