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회장이 지주사 ㈜LG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총수가 맡아온 이사회 수장을 외부 인사에 맡기며 LG그룹 전반에 '이사회 중심 경영' 체제를 확산시키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사회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경영진과의 긴장 관계를 제도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진은 사업 실행과 투자 판단에 집중, 이사회는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구조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오는 26일 이사회에서 구 회장 후임으로 사외이사를 신임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해왔다. 앞으로는 대표이사로서 경영에 집중, 이사회 운영은 독립 이사회에 맡기는 구조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다. 총수가 의장을 맡는 구조는 전략 실행 속도를 높이는 반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구 회장이 직접 의장직을 내려놓은 것은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일각선 글로벌 투자 기준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기관투자가와 의결권 자문사들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를 가장 독립적인 지배구조로 평가해왔다. 총수와 의장을 분리해야 이사회가 경영진을 실질적으로 감시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사의 86%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이다. 여전히 상당수 기업이 총수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LG는 정면으로 다른 길을 택한 셈이다.
변화는 지주사를 넘어 그룹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LG그룹은 주요 상장 계열사 전반으로 사외이사 의장 체제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에 국한된 시도가 아니라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재편으로 읽힌다.
LG전자는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LG전자에서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LG화학은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G디스플레이는 오정석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LG에너지솔루션은 박진규 고려대 기업산학협력센터 특임교수를 각각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은2022년부터 해당 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LG는 ㈜LG를 포함한 주요 상장사 11곳에 이 같은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이달 내 이사회를 통해 관련 안건을 순차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중심 의사결정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으로 무게추를 옮기겠다는 선언"이라며 "의사결정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구광모 회장이 의장직을 내려놓은 것은 권한 축소가 아니라 역할 재정의로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선도적 변화"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