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의 새 주인은 누구일까.
현대그룹이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만든 사모펀드에 현대증권을 팔기로 했다. 그런데 현대그룹이 이 사모펀드에 최대 3000억원을 투자하고, 그 외 주주들의 지분까지 5년뒤에 되사오는 계약을 협상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현대그룹에 팔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산업은행은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사모펀드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이하 오릭스PE)를 선정했다. 오릭스PE는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주축인 사모펀드. 당시까지 사모펀드에 누가 투자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매각 협상이 진행되면서, 사모펀드 투자자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4일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증권 인수자금(1조원 추정)에서 오릭스 계열 자금비중은 10~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현대그룹 재투자(최대 30%)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 자금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보고서를 냈다. 오릭스PE의 단일 최대주주가 현대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신평사는 “지분 매각이 1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현대그룹의 재투자(3000억원)와 자산담보대출 상환(20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유입될 현금은 11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릭스그룹의 오릭스PEF에의 투자비중이 10~20%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재무적 지원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현대그룹은 오릭스 등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을 5년 뒤에 다시 사오는 콜옵션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현대그룹은 오릭스PE에 투자한 만큼 향후 5년간 이사 선임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5년 뒤에는 경영권까지 완전히 되사올수 있게 됐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에서 완전히 손 떼지 않았다”며 “오릭스PE 재투자, 콜옵션 등을 고려하면 오릭스는 현대증권 딜 중간에 끼어있지만 비중은 낮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오릭스 측이 콜옵션과 지분 재투자 등에 대해 제안해온 상황”이라며 “재투자 규모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2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증권 매각은 현대그룹 자구안의 핵심사항이었다”며 “매각이 완료되면 자구안은 초과달성된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산업은행과 협의해 오는 3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올 상반기 매각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