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펀드'를 판매했던 은행과 증권사들이 '배드뱅크(Bad Bank)'를 만들어 직접 자금 회수에 나선다.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환매 중단 펀드를 넘겨 받아 이를 수습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의 라임 경영진에게 자금 회수를 맡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대신증권, KB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사 19곳과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구를 말한다. 국내에서 자산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판매사들 중심으로 (배드뱅크 설립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이날 회의에선 구체적인 출자 비율과 운용 주체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판매사가 주도해 배드뱅크를 설립하겠지만 금감원도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금감원은 회의 과정에서 판매사들간 의견 조율이나 행정적으로 필요한 법안을 처리하는 일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설립할 라임 배드뱅크 운용사는 라임자산운용에서 문제가 발생한 환매 중단 펀드를 모두 이관받게 된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규모는 1조6679억원 규모다.
배드뱅크로 이관할 펀드는 플루토FID-1호와 테티스 2호, 플루토 TF-1호, 크레디트인슈어런스(CI) 1호 등으로 예상된다.
이번 배드뱅크 설립은 앞서 발생한 '스타모빌리티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은 올해 초 환매 중단된 펀드에서 고객 돈 195억원을 빼돌렸다. 이 돈은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밝혀졌다.
라임 펀드 환매가 중단됐음에도 195억원이 라임 실세로 알려진 김 전 회장에게 넘겨진 정황이 드러나는 등 지금의 경영진이 투자금 회수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증인 확보에 나서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공무상 비밀누설죄 혐의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전 회장에게 금감원의 라임 관련 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감원 소속이었던 김 전 행정관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와대로 파견됐다.
금융당국은 이와함께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제재도 추진하고 있다. 최고 수위의 제재인 등록 취소가 유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