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급락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가운데 코스피 지수가 2200선를 회복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증권가에선 이달 코스피 지수 변동폭 하단을 2020선으로 제시하는 등 연저점 돌파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선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업종과 종목에는 관심을 유지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그 대상으로는 자동차와 조선, 화학, 음식료 등이 공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흘만에 2200선으로 복귀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틀째 상승 중이다. 지난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50% 오른 2209.38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2100선으로 떨어진 뒤 3일 만에 2200선을 되찾았다.
4일 기준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59% 뛴 696.79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600선으로 밀려 내려온 후 다시 700선 회복에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5일 장중에서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690대를 지키고 있다.
증시가 반가운 오름세를 보인 것은 날뛰던 미국 국채금리가 안정된 모습을 찾으면서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내내 고공행진을 펼치며 4%를 돌파했던 미 10년물 금리는 지난 3일 3.65%으로 내려왔다.
경기선행지수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년4개월 만의 최저치인 50.9로 떨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이 되살아난 덕분이다.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영국 정부의 감세안이 철회된 점 역시 금리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여기에 증시 급락을 방어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도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주 금융위원회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발생 초기 조성했던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 안정펀드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가 "10월 더 떨어진다"
그럼에도 시장의 경계 태세는 여전하다. 오히려 '안심할 때가 아니다'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10월 코스피 예상밴드를 제시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13곳이 2113포인트를 평균 저점으로 잡은 것이 그 예다. KB증권의 경우 지수 변동폭을 2020~2320으로 예상하면서 가장 낮은 하단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바닥을 다지기 위해선 먼저 국채 금리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준의 강한 긴축 의지는 금리 안정을 방해하는 요소중 하나로 꼽힌다. 연준은 이미 9월 FOMC에서 고용과 경기의 침체를 불사하고 금리 인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바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안정이 어려운 배경에 대해 "수요와 고용의 약화까지 긴축을 감내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달러 이외 국가의 환율 방어는 또 다른 금리 상승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국채 금리의 추세적 하락이 쉽지 않은 탓에 증시 부침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증시 반등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는 기업 펀더멘털 둔화가 지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기자본조달비용(COE)보다 높은 상황이 주가순자산비율(PBR) 배수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배수가 낮을수록 장부상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것을 의미한다.
현재 12개월 후행 ROE는 9.5%로 COE인 10.0%보다 낮다. 전 세계 경기 침체가 기업 영업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ROE 추가 하락이 증시 반등을 억제하고 있다는 게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순이익은 3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치인 53조4000억원보다 적다"며 "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3분기 수치도 밑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남은 기간중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은 지속될 수 있다"며 "PBR 배수에 영향을 미치는 ROE도 이익 감소 여파로 추가 하락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시장 변동성이 아직 저점을 지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KOSPI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9월 초 19.20에서 말일 27.19까지 점프했다. 그러나 지수 낙폭과 비교했을 때, 변동성 지수 레벨은 과거에 비해 낮다는 평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VKOSPI가 30을 상회했을 때 주간 수익률 평균은 -1.4%로 급락했다"며 "VKOSPI가 30을 돌파하기 전까지 지수 변동성을 정점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업종에 대해선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하반기 시장 기대보다 뛰어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업종이다. 자동차, 조선 등 운송업종 등이 꼽힌다.
키움증권은 최근 1개월 이익조정비율이 양호한 자동차, 소매업종과 낙폭이 컸던 IT하드웨어, 운송, 건설, 화학을 관심업종으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마찬가지로 이익 추정치가 상향조정되는 자동차, 운송, 음식료 등을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차전지, IT하드웨어, 자동차, 화학 등의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단기 반등이 기대되는 산업으로 반도체, 인터넷, 미디어 등 그간 소외됐던 업종을 추천했다. 장기적으로는 통신과 음식료 업종이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