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금융당국에도 애도의 물결이 한창이다. '회계의 날'을 비롯해 금융권에 예정된 굵직한 행사들이 잇달아 취소된 가운데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를 포함한 외부 행사를 이주 일정에서 모두 삭제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물론이고 정부 부처가 아닌 금융감독원까지 조기를 게양하고 전 직원에 검은 리본 패용을 독려하고 있다. 시급하지 않은 행사는 모두 연기하고 회식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금융위 "공문 내려와 다들 조심"…금감원도 동참
31일 금감원은 전 직원에 검은 리본을 나눠주고 달도록 했다. 실제 이날 금감원 본원에는 왼쪽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단 직원들이 여럿 보였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의 표현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모의 의미로 (직원들에게) 달아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아직 못 받은 직원들도 있어서 오후에도 계속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전일부터 내달 5일 밤 12시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모든 공공기관에 리본 패용과 조기 게양을 지시한 바 있다. 다만 금감원은 정부 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권을 검사·감독하는 감독당국으로서 이번 애도에 동참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인 금융위는 더욱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금융위가 자리한 정부서울청사는 전일 일찍이 조기를 게양한 데 이어 이날 오전 전 직원에 검은 리본 배부를 마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어제 정부 지침이 내려왔고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잡혀있던 회식은 취소했고 다들 언행도 조심하자는 분위기"고 귀띔했다.
정부는 전일 금융위를 포함한 모든 정부 부처에 이번 애도기간과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여기에는 해당 기간 공직자의 품위를 훼손하는 등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급하지 않은 행사나 국내외 출장도 연기하도록 했다.
'회계의 날' 행사 무산…취약차주 위한 간담회까지 취소
금융당국 수장들은 이주 예정된 외부 일정을 연이어 취소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당장 이날 '제5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할 계획이었지만, 행사 자체가 무산됐다. '회계의 날'은 신외부감사법이 공포된 2017년 10월31일을 기념하는 날로, 매년 행사에는 금융당국 수장을 비롯한 금융권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유의미한 발언들이 나온 바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한국거래소가 서울 여의도에서 연 '2022 글로벌 상장지수상품(ETP) 콘퍼런스 서울'에 참석해 축사할 계획을 철회했다. 다만 이 행사는 아시아 ETP 시장을 대표하는 국제행사로, 해외 전문가들이 참석하기로 한 때문에 행사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이 자리하기로 한 금융위 출입기자단 간담회 일정도 연기됐다. 당초 금융위는 내달 3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현 정부 주요 금융정책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주 각종 현장 일정들을 줄줄이 취소했다. 먼저 이날 열리기로 했던 외신기자 간담회를 미룬 데 이어, 내달 1일 가기로 했던 '2022 부산 해양·금융위크 및 부산 해양금융컨벤션'에도 발걸음하지 않기로 했다. 해양금융 분야의 최신 동향과 발전전략을 다루는 이 행사는 2013년부터 매년 개최돼 앞서 윤석헌,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참석한 바 있다.
이 원장은 같은 날 오후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릴 계획이던 '부산지역 취약차주 연착륙 지원을 위한 현장간담회'도 일정에서 삭제했다. 이 간담회는 금융당국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연장 및 연착륙 지원방안'을 시행한 지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부산지역 지원상황과 애로사항 등을 금감원장이 듣고 필요사항 등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었다.
이외에도 그는 내달 4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예정했던 금융권 합동 '사랑의 연탄 나눔' 활동 또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일정은 특히 이날 오후 갑자기 취소된 것이다. 때문에 이주 예정된 금융당국 수장들의 다른 일정 또한 조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핼러윈을 기념해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사고로 31일 오전 6시 기준 사상자는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