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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ly(어리석은) 아닌 smart(똑똑한) 투자자 돼라"

  • 2022.11.16(수) 11:00

[코리아디스카운트, 문제는 거버넌스야!]
싱가포르 상장기업과 개인투자자의 '가교' SIAS

"투자계획은 언제 실행 가능한건가요?"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생각중인가요?"

싱가포르투자자연합 SIAS(Securities Investors Association Singapore)는 11월 15일자 "한국 물적분할 논란, 싱가포르에선 있을 수 없어" 기사에서 살펴본 싱가포르항공, 화홍 사례처럼 특정 기업의 문제가 있을 때만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는다. 

SIAS의 활동에서 연례적이고 중요한 것은 싱가포르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경영전략, 재무구조, 지속가능성 등 투자판단에 중요한 질문을 정리하고, 기업에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싱가포르 상장 기업은 720곳인데 SIAS는 매년 돌아가면서 한 해에 약 250개 상장회사의 사업보고서(Annual Report)를 분석한다. 상장기업의 경영활동에 무언가 미심쩍은 사항이 있으면 내용을 정리해 매년 주주총회 시즌 해당 기업에 보낸다. 

가령 '기업이 발표한 투자계획은 구체적으로 언제 실행 가능한지', '인력부족 문제가 왜 일어난 건지',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생각 중인지', '올해 매출이 감소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 기업운영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져있다.

SIAS가 질문을 보내면 기업들은 답변을 보낸다. 이렇게 정리한 질문과 답변은 SIAS 공식 홈페이지내 투자자권리(Invester Rights) 항목에 올려지고, 모든 투자자가 열람할 수 있다.

SIAS 공식 홈페이지의 투자자권리(Invester Rights) 화면. 기업명, 상장시장구분, 사업보고서 다운로드, SIAS의 질문과 이에 대한 기업들의 답변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SIAS 홈페이지]

이처럼 SIAS가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기업과 주주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SIAS는 기업과 소액주주가 소통할 수 있도록 만남의 장도 열고 있다. 버츄얼 컨퍼런스(virtual conference)라고 불리는 이 만남의 장에선 기업들의 민영화, 인수합병, 인수가격 적정성 등 경영상의 중요한 문제부터 배당금 지급 등 주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안에 대해 기업과 주주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데이비드 제럴드 SIAS 대표(David Gerald J.)(이하 제럴드 대표)는 "소액주주들은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버츄얼 컨퍼런스에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버츄얼 컨퍼런스 모습> 왼쪽부터 데이비드 제럴드 SIAS 대표와 싱가포르의 식품공급회사 'Olam'의 CEO, CFO 등이 연단에 올라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비즈니스워치]

23년간 투자자 26만명 교육프로그램 운영

주주들이 이렇게 직접 회사 CEO와 CFO 등 주요 경영진들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SIAS가 지난 2000년부터 해오고 있는 주주교육프로그램의 영향도 크다. 

제럴드 대표는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이나 주식시장에 대한 지식 없이 투자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배움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SIAS는 지난 2000년부터 1500개 이상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고, 26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이 SIAS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교육프로그램은 사업보고서를 보는 방법부터 기업이 어떻게 재무계획을 마련하고, 투자자는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등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을 이해하면서 투자할 수 있도록 이루어져있다. 

SIAS의 교육프로그램이나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내용은 대부분 누구나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제럴드 대표는 "1~2개의 유료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과 SIAS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SIAS가 투자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대부분 무료로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자선활동의 일환인 셈이다. 

싱가포르의 높고 화려한 금융·투자회사 건물들과 달리 SIAS가 입주한 건물에는 서민들의 음식점이 모여 있는 호커센터(푸드코트)가 있다. 이러한 모습조차 무료로 배움을 제공하는 SIAS의 취지와 닮아있었다. 제럴드 대표는 "교육프로그램 운영 대상은 중산층 이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서민들이 주로 식사를 해결하는 호커센터(Hawker Center)의 모습. 싱가포르에는 화려한 고층건물이 즐비하지만, SIAS가 입주해있는 건물 1층에는 사진과 같은 호커센터가 있다. [사진=비즈니스워치]

말레이시아 주식동결이 설립 계기

SIAS의 설립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아시아금융위기가 있었고 당시 말레이시아 화폐 링깃이 폭락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말레이시아는 이웃나라 싱가포르에 차관을 요청했는데 싱가포르는 이자없이 돈을 빌려줄 수 없다며 세계은행 금리 기준으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교국가로서 이자는 낼 수 없다’며 싱가포르의 제안을 거절했고, 1999년 싱가포르 장외시장(CLOB)에 상장해 있던 말레이시아 기업들의 주식 13만6000주를 동결시키는 사실상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변호사였던 제럴드 대표는 이러한 말레이시아의 행동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SIAS를 설립,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싱가포르 투자자들을 움직였다. 결국 이에 영향 받은 싱가포르 투자자들의 자금이 말레이시아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오히려 말레이시아가 타격을 받았다.

제럴드 대표는 "1999년 말레이시아의 주식동결을 계기로 SIAS를 설립하고 소액주주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여러 가지 기업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설명했다. 

주주도 책임의식 가지고 투자해야

SIAS는 설립 이후 꾸준히 소액주주들의 교육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액주주들도 배우고 알아야 기업에 제대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럴드 대표는 소액주주들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주주라면 주주총회에 참석해야 하고, 사업보고서를 읽고 질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왜 기업이 지금 적자가 나고 있는지', '경영진이 너무 많은 급여를 받고 있는 것 아닌지', '이사회가 지금 독립적이라고 보는지' 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럴드 대표는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에게도 "투자를 할 때 필요한 것은 첫 번째 배워야 하고 두 번째는 기업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만약 배우고 교육받지 못했다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럴드 대표는 한국의 단기투자문화도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먼저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성장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충분한 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투자는 도박"이라고 말했다.

SIAS의 영문 풀네임은 Securities Investors Association Singapore이다. 제럴드 대표는 SIAS에는 또 다른 뜻도 있다고 말했다.

어리석은 투자자들은 항상 고통 받지만(SIAS: silly investors always suffer) 

똑똑한 투자자들은 항상 성공한다(SIAS: smart investors always succeed)

제럴드 대표는 SIAS의 해석 문구를 이렇게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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