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디스카운트 해법 중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이사가 회사만이 아닌 모든 주주를 위해 일하게끔 이사의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것이다."
-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거버넌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회사'와 '주주'를 위해 일하도록 '상법'을 개정해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현재 상법에는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이고 분명한 해결책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상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의 근본 해결책으로 자본시장 현장을 비롯해 학계, 정치권 등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상법(회사법)' 개정이다.
회사의 주요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회사'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갖게 되면,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이나, 지배주주만 유리하고 일반주주는 불리한 합병비율로 논란이 있었던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산업 사례가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지난 3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뿐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일반주주 이익까지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러한 상법 개정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오랜 시간 쌓아온 회사법의 이론·체계와 판례 등을 뒤엎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사에게 주주에 대해서도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라며 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도 거세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서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은 회사이지 개별주주가 될 수 없다"며 "미국 모범회사법과 일본 회사법도 충실의무의 대상은 개별주주가 아닌 '회사'임을 명시하고 있다"며 국회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근거로 대표되는 것이 미국 회사법의 표준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모범회사법(미국 24개 주에서 따름)'과 우리 상법의 기초로 알려진 일본의 '회사법'이다.
실제 모범회사법의 8.30조 '이사의 행동 기준'에는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믿는 방식으로 행동하라고 돼 있으며, 일본 회사법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로 '주식회사를 위해 충실히 직무를 행해야 한다'며 '회사'만을 법에 명시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의 일부만 본 협소한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비교법적 검토'란 논문에서 "주주이익을 보호하는 상법 개정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잘못된 법안이란 주장은 잘못됐다"며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사가 주주에 대해서도 충실의무를 지는 것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주장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미국 모범회사법의 경우 8.30조만 언급하고 있는데 뒤이은 8.31조에서는 이를 뒤집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모범회사법 8.31조 이사의 책임 기준에는 '이사가 회사와 그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를 위반하거나, 그에 따른 결과인 경우 법에 따라 소송이 가능하며, (이사는) 회사 또는 주주에게 책임을 진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사의 의무에 회사와 주주를 분리해서 말하고 있으며, 이사가 행동 기준을 위반시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이 분명하게 들어 있는 것이다.
특히 세계 회사법을 선도한다는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에도 '회사 또는 회사의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했을 때는 이사의 책임을 감면해주지 않는다(제102조(b)항(7)호)'라며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도 있음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9년 '이사의 지위 자체만으로 주주에게 충실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라는 고등법원 판례가 있지만, 영국 회사법 제172조 1항에는 '이사가 전체로서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성공을 촉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판례법 상으로도 회사가 공개매수 대상이 되거나 주식양수도 등이 일어나는 일정 상황에서는 주주에 대한 직접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주주 이익보호를 담은 상법 개정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법안이란 근거는 약한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영미권의 법에 비해 단체주의 성격이 강한 대륙법을 따르는 우리 상법은 성격이 달라 적용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우리 상법과 체계가 가장 비슷하다는 일본의 '회사법'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재반론도 가능하다.
일본 회사법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넣지 않았지만, 최근 해석론이나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표한 '공정한 M&A 지침' 등을 통해 일반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일본 회사법 해석론에서는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을 동일하게 보는데, 주식회사의 영리를 추구하는 특성상 이사의 의무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무로 연결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합병·분할·주식교환 및 이전 등이 이뤄질 때 이사의 직무가 '직접적으로 주주의 이익에 영향을 준다'고 인정하며 주주의 이익 보호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또 2019년 일본 경제산업성이 공표한 '공정한 M&A 지침'에서는 M&A에서 '일반주주의 이익 확보'를 기본 원칙으로 두고 있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이해상충 문제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 이사에게 회사 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까지 보호하도록 하는 법이 작동하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상법 개정안도 이러한 변화들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상법 개정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어느 법보다도 개정이 쉽지 않은 법으로 유명하지만,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안을 코리아디스카운트 해법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체계를 무너트리기가 쉽지 않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무시하면 문제의 해법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근거를 찾을 것이 아니라 해소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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