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금양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회사의 주요 인사가 자사주 매각 계획을 공시 이전 유튜브에서 발설해 공시의무를 저버린 데 따른 첫 지정 사례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16일 상장공시심사위원회를 열고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했다. 회사가 자사주 처분 계획 발표를 지연 공시한 점을 인정해 벌점 8.5점과 함께 공시 위반 제재금 8500만원도 부과했다.
다만 거래정지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코스피 상장사는 벌점이 10점 이상이어야 지정일 당일 하루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불성실공시법인이란 자본시장법 및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의한 공시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고 공시불이행, 공시번복 또는 공시변경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한 회사를 말한다.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허위공시 제재나 금융위의 공시위반 제재와 별개로 거래소가 상장법인의 성실한 공시의무 이행을 위해 자율규제 형식으로 지정한다. 금양은 불성실공시법인 유형 중 '공시불이행'에 해당한다.
금양은 시장에서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씨가 IR 담당 홍보이사로 재직했던 회사다. 박 전 이사는 지난달 초 한 경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금양이 17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각할 것이란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그는 "5월 말~6월 초에 목돈 들어갈 일이 있어서 (자사주를) 팔 것"이라며 "장내 매도나 블록딜 등을 (매각 방법으로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갖고 있던 (자사주) 1700억원을 다 때릴까 생각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박 이사가 이같이 회사의 중요정보를 별도의 공시 없이 발설하면서 시장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금양은 이에 지난달 24일 뒤늦게 "자사주 232만4626주 중 200만주를 장내 매도 또는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거래소가 금양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한 것도 이처럼 금양이 회사의 중요정보에 대한 공시를 뒤늦게 해서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서는 이러한 공시 지연을 '공시불이행'에 해당하는 불성실공시로 판단한다.
앞으로 금양은 유가증권시장상장규정 제47조제1항제12호에 따라 1년 이내 누계벌점이 15점 이상이 될 경우, 관리종목 지정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
한편 최근 회사에 사표를 낸 박 이사는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압력을 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거래소 관계자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른 추후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 등 절차를 안내한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