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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채권 돌려막기' 뿌리 뽑는다…전수조사 확대

  • 2023.05.24(수) 15:56

금감원 "환매대응서 변칙 행위 의심"
KB증권 "동일 수익자 자전거래, 불법 아냐"
증권업계 "관행적 패턴, 추가 사례 나올것"

증권사가 채권형 랩어카운트(랩)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가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을 살펴보는 검사에 착수했다. 이미 검사를 진행 중인 KB증권, 하나증권 외에 증권사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가 예고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금감원, 랩·신탁 테마검사 실시

24일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부터 랩·신탁시장의 불건전 영업관행에 대한 테마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KB증권, 하나증권 등 2개사에 대해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추가로 검사 대상에 오르는 증권사들을 순차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랩·신탁 시장의 동향, 환매대응 특이사항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왔다. 올 3월에는 금융투자부문 업무설명회를 통해 신탁·랩의 운용상 위험요인과 채권 자전거래·파킹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검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회사별 랩·신탁 수탁고·증가 추이, 수익률, 만기(듀레이션) 등 기초 자료 분석과 시장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 대상을 선정하고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단기 랩과 신탁계좌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고금리 장기채권, 기업어음(CP)을 편입해 운용했다.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한 만기 미스매칭 전략으로 상품 수익률을 높이려는 심산이다. 

그러나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 금리 급등 여파로 장기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들 증권사 운용 전략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수익률 하락으로 환매 요청이 빗발치자 증권사들은 이를 메우기 위해 자전거래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의 경우 하나증권에 신탁한 자기자본 계좌를 통해 고객 랩 어카운트에 편입된 장기채를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고유재산과 랩 신탁재산간 거래, 손실보전·이익보장 등은 법적으로 금지된 상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미스매칭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고객의 환매 요구로 자산을 파는 과정에서 매각이 여의치 않자 변칙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KB "위법 아니다" 반박...증권업계, 긴장

이번에 검사 대상이 된 KB증권은 회사 차원의 입장문을 통해 "계약 기간보다 긴 자산으로 운용하는 미스매칭 운용은 불법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상품 가입시 만기 미스매칭 운용전략에 대해 사전에 안내했고, 투자자 설명서에도 계약기간보다 잔존만기가 긴 자산을 편입해 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고객 계좌간 자전거래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에서 수익자가 동일인 경우 계좌간 거래는 자전거래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 고객의 경우 수익자가 동일한 계좌가 여러 개가 존재하는데, 이들 계좌 간에 이뤄진 자전거래는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KB증권은 그러면서 "새로운 고객의 자금이 입금되는 경우에는 기존 고객의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자산을 시장에서 매수해 대응한다"며 "그 외 만기가 도래하거나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 대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탁계정을 활용해 환매 대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고객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장 유동성 공급 목적의 거래라고 반박했다. KB증권은 "연말 회계 결산을 위한 회계법인과의 논의 과정에서 기업어음(CP)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면서 평가 손실을 인식하게 됐다"며 "손실을 덮거나 고객의 손실을 받아줄 목적의 거래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증권가는 금융당국의 전면적인 검사에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스매칭 운용 전략은 시장의 충격이 가해질 때 대규모 환매 불가 사태로 쉽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당국에서도 자제하라고 권고했던 부분"이라며 "플레이어가 많지 않은 채권시장에선 관행적으로 미스매칭이 있었던 터라 당국이 검사를 진행하면 추가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고는 지난해 한 때 150조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채권금리 급등 여파로 작년 말 115조1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110조8000억원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 사항에 대해선 엄정 조치할 것"이라며 "금융투자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을 근절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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