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호재성 재료를 띄워 투자자를 현혹, 차익을 챙기는 부정거래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실체 없는 호재성 정보만을 믿고 투자에 나서지 말고 사실 여부 및 이행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2023년도 이상 거래를 조사하고 금융위원회에 99건의 불공정거래 혐의사건을 통보했다고 13일 밝혔다.
불공정거래 혐의유형별로 보면 미공개정보이용 유형이 43건(43.5%)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부정거래 유형 31건(31.3%), 시세조종 유형 23건(23.2%) 순이다.
미공개정보이용은 회사 내부자가 대규모 판매계약 체결 등 호재성 중요정보 공개 전 주식을 매수해 차익을 얻는 등의 행위다.
미공개정보이용이 전체 불공정거래 유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0.6%, 2022년 53.3%에 이어 지난해 43.5%를 차지했다.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매년 전환사채(CB) 및 무자본 인수합병(M&A) 등을 활용한 부정거래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고 있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부정거래 유형은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을 함께 저지르는 복합적인 사례가 많다. 무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한 사실을 은폐하고, 전환사채(CB)를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뒤 2차전지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한다는 등 호재성 정보로 시세를 끌어올린 후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부정거래 31건 중 회사 내부자가 관여한 사건은 29건으로 전년 16건 대비 81% 늘었다.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관련 사건은 24건으로 전년(17건)과 비교해 41% 증가했다. 자금추적을 어렵게 하는 투자조합이 관여한 부정거래 사건도 21건이 나타났다.
시세조종 유형도 기존보다 늘어났다.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하는 방식의 초장기 시세조종 사례 등 신종 기법이 나타난 탓이다. 2021년 13건이었던 시세조종 유형은 2022년 18건에 이어 지난해 23건으로 늘었다.
CFD는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이에 따른 이익을 얻는 거래 기법이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는 특성 탓에 실제 투자자 파악이 어려운 특징이 있다.
실제 지난해 선광, 대성홀딩스, 세방, 다우데이타, 삼천리, 서울가스,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8종목의 하한가 발생으로 관련 사건이 드러났을 때 CFD 매도창구였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후로 대한방직, 동일산업, 방림, 만호제강, 동일금속 등에서도 초장기 시세조종 거래가 드러난 바 있다. 다만 이들 종목은 금융감독원이 조사했기에 거래소의 혐의통보 실적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한편 시장별로는 코스닥시장에 불공정거래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혐의를 통보한 99건 중 67건을 코스닥에서 적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31건, 파생상품에서는 1건이 발생했다. 상장종목수가 많고 중소형 한계기업이 많은 코스닥 특성상 불공정거래 혐의가 집중된 모습이다.
1개 사건당 부당이득 금액도 약 79억원으로 전년 46억원 대비 72% 증가했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세력은 실체없는 호재성 정보로 투자자를 유인하므로 사실 여부 및 이행가능성을 검토한 후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가치와 무관한 주가 상승이 장기간 지속하는 상황은 주가급변에 취약하므로 기업가치 분석을 통한 책임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각종 테마를 활용한 무자본 M&A 등 지능적 복합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