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구조에 변화를 불러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향후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 산업 단계로 어떤 기업이 실질적인 수혜를 가져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개별 종목보다는 밸류체인 전반에 분산투자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관점을 반영한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상장됐다.

성장 단계 휴머노이드 로봇…밸류체인 전반 주목해야 하는 이유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관련주에 투자하는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이 상장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인간의 형태와 움직임을 모방해 인간이 수행하기 힘든 다양한 환경에서 주어진 기능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과거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한적인 작업만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로봇에 인지체계를 심어 직접 사람과 소통하며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이 물리세계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은 '피지컬 AI(Physical AI)'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업뿐 아니라 헬스케어, 경비,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휴머노이드 로봇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미국 직종의 75%, 전체 노동력의 40%에 침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오는 2050년까지 6300만 대가 보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최대 20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술 발전과 성장 기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빠른 발전 속도에도 불구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 현장에 유의미하게 투입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높은 작업 성공률과 빠른 작업속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물리적 지능, 원가 하락이 필요하다"라며 "자율주행은 시연에서 상용화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됐는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자율주행보다 더 다양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해야 하고 제어도 어려운 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산업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인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단일 기업이나 특정 기술에 집중하기보다 전체 산업 구조를 조망하는 전략이 더 유효하다는 시각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은 아직 기술 주도권이 어느 기업에서 어느 기술군에서 실현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단계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기차 산업의 사례도 유사했다. 초기에는 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에 관심이 몰렸지만 이후 배터리, 소재, 부품, 충전 인프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등 밸류체인 전반으로 투자 초점이 빠르게 변화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주도주도 반복적으로 교체되며 기술 변화에 따른 수혜 기업 역시 달라졌다.
휴머노이드 산업 역시 다양한 기술과 응용 분야가 맞물려 있는 만큼 특정 기업보다 전체 밸류체인을 함께 들여다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KB운용, 빅테크 쏠림 피하고 산업 전반 담은 ETF 마련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는 이 같은 시각을 반영해 구성된 상품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성장 궤도에 진입한 만큼 단일 주도주 중심의 집중 투자보다는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ETF는 밸류체인을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애플리케이션' 등 3가지 분류로 나눈 것이 특징적이다. KB자산운용은 로봇 본체와 구동장치 등 핵심 부품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기업, 인지·판단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로봇을 활용해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기업으로 분류해 포트폴리오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밸류체인 별 분산 투자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제조하는 등 앞서나간 기술력을 보여주는 테슬라를 가장 높은 비중으로 가져가고 있다. 다만 비중은 10.18%로 편중되진 않았다. 다음으로는 수술로봇 전문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을 10.16% 비중으로 테슬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담았다.
그 뒤로 엔비디아(9.62%), 테라다인(8.18%), 로크웰 오토메이션(7.97%), 지브라 테크놀로지스(6.43%), 오로라 이노베이션(6.22%), 허니웰 인터내셔널(5.64%), 인텔(5.63%), 메드트로닉(5.24%) 등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는 대형언어모델(LLM) 기술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과의 키워드 유사도가 높은 종목을 선별한 뒤 그 점수를 바탕으로 비중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현재 시점 주가 수준으로 비중을 정한 것이 아닌 휴머노이드 로봇과 더 관련될수록 더 높은 비중으로 담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빅테크 기업의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로 설계됐다.
키워드 유사도를 기반으로 종목을 구성하는 만큼 향후 산업 내 새롭게 부상하는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도 장점으로 꼽힌다.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은 연 4회 리밸런싱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유망 비상장기업들을 편입시킬 수 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산업 성장초기 핵심종목과 유망기업을 모두 포괄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의도적으로 빅테크 비중을 제한하지 않고 키워드 점수에 따라 비중을 부여해 자연스럽게 주도주들이 더 큰 비중으로 투자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