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3분기 강세장 속에서 중형 증권사들도 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동안 대형사 대비 리테일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역대급' 불장의 온기가 업계 전반으로 전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토스증권은 3분기에만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대형사에 견줄 성과를 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리테일과 IB 부문 등 본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전년 대비 이익이 줄었다.

서학개미 원픽 토스증권, 영업익 5배 뛰었다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인 국내 중형 증권사(자기자본 상위 11~27위) 17곳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 선두는 토스증권이다. 이 회사는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3021억원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1688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1332억원을 벌어들인 결과, 누적 영업익이 작년보다 약 5배나 성장했다.
IB 사업부가 없는 토스증권의 유일한 캐시카우는 위탁매매 중개에서 나오는 수익이다. 수탁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155% 급증했고, 이 중 해외주식·채권 거래 관련 외화증권 수탁이 압도적으로 늘었다. 이용자들의 외화증권 거래 규모는 1~3분기 313조7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8% 폭증했다. 그 결과 관련 수수료 수익도 170% 늘어난 3033억원을 기록,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2055억원)을 1000억원가량 웃돌았다.
외화 예탁금 등에서 발생하는 외환거래이익은 885억원으로 전년(895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외화자산·부채 평가익이 높게 유지된 영향이다.
토스증권은 "국내외 증시 상승세와 AI를 활용한 투자 정보 고도화, 웹트레이딩시스템(WTS) 기능 개선 등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호실적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교보·한화·DB·아이엠, 리테일·IB서 고루 성장
교보증권은 누적 영업이익 1783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전체 수탁수수료 수익은 41% 증가했고, 이중 외화증권 수탁 수익만 보면 45% 늘었다. 강세장 속 펀드 취급 수수료도 17% 증가했다.
IB부문도 견조했다. 인수·주선 수수료는 7% 증가했고 부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 수수료는 600억원대를 유지했다. 다만 3분기만 놓고 보면 운용 손익 둔화하면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한화투자증권과 DB증권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하며 영업이익 3, 4위를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누적 영업익 1225억원으로 작년보다 1138% 급증했다. 중형사 중 이익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수탁수수료는 15% 늘었고, 자산관리(WM)와 트레이딩 부문도 각각 5%, 19% 성장했다. IB는 작년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서며 5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DB증권의 영업익은 93% 늘어난 1010억원을 기록했다. 세일즈앤트레이딩(S&T) 수익이 62% 증가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IB부문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계열 저축은행·자산운용 등 종속회사 실적도 호조였다. 반면 WM 부문은 6% 감소했다.
지난해 1000억원 넘는 충당금 축적으로 적자에 시달리던 iM증권은 올해 흑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영업익은 812억원으로 5위다. 리테일과 홀세일을 합친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고, 15년간 이어졌던 리테일 부분의 적자도 올해 흑자 기조로 전환했다. iM증권은 "대출중개 우수인력 확보를 통해 영업 규모와 저위험 수익을 확대했다"며 "공동영업팀 제도를 통해 영업을 활성화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부문도 2년간의 구조조정 끝에 정상화된 모습이다. IB부문은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서며 68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율과 PF 익스포져 비율은 각각 34%, 57%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6%포인트, 8%포인트 개선됐다.
유안타증권은 누적 영업익 789억원으로 6위를 차지했으며 유진투자증권은 728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두 회사 모두 위탁매매·WM·트레이딩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현대차증권은 누적 영업익이 전년 대비 45% 증가한 682억원으로 8위를 기록했다. 수탁수수료가 1년 전보다 9% 늘어난 가운데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가 2배 뛰었다. 인수 및 주선 수수료도 116% 급증했으며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도 27% 늘며 고른 성장을 보였다.
다만, 3분기로만 보면 이익이 3% 줄었는데 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 소송과 관련해 충당부채를 107억원 쌓은 영향이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현대차증권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던 중 라스베이거스 리조트에 약 158억원을 투자했다가 95%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몽구 재단은 현대차증권에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손해배상액 중 일부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쉬운 성적' IBK·유화 뒷걸음
대부분 좋은 성과를 낸 가운데 아쉬운 성적을 보인 일부 회사도 있다.
IBK투자증권의 누적 영업이익은 36% 줄어 543억원에 머물렀다. 부진의 핵심은 IB부문이었다. 2023년 출범한 중소·중견기업 금융지원 사업(SME 솔루션)의 영업수익이 1년 전보다 26% 감소했고, 부동산 금융 관련 IB수익도 22%나 후퇴했다.
S&T 부문은 사모 메자닌채권과 비상장 주식 평가이익이 늘며 전년 대비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상승폭은 8%에 그쳤다. WM부문 역시 6% 증가에 머물며 강세장의 수혜를 온전히 누리진 못했다.
유화증권은 누적 영업익이 37% 감소한 98억원으로 17개사 중 가장 낮았다. 유일하게 영업익이 100억원에 미달했다. 강세장에도 회사의 위탁매매 거래액은 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집합투자증권·자산관리 수수료는 모두 25% 뒷걸음쳤다.
LS증권은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24% 증가했으나 3분기만 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23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3분기 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