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 지아이에스(옛 네온테크)가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원자재 매입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는 동시에 만기가 다가온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눈에 띄는 부분은 CB 발행 물량 전부에 콜옵션(매도청구권)이 붙었다는 점이다. 주가 흐름과 자금 사정에 따라 회사가 CB를 되사올 수 있어 조달 이후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가 있다. 지아이에스가 사실상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표면금리 0% CB로 자금 확보
지아이에스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115억원 규모 9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쿠폰 금리는 0%, 만기 금리는 5%로 책정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사채만기일까지 별도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조건이다. 만기일은 2년 후인 2028년 5월 15일이다.
복수의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씨스퀘어자산운용과 수성자산운용, 에스피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제이씨에셋자산운용, 오라이언자산운용 등이 다수의 펀드로 CB를 인수할 예정이다. 단일 FI에 의존하지 않고 복수 기관이 분산 참여하면서 발행 안정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지아이에스는 이번 CB로 확보한 115억원 가운데 59억원을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장비 원자재 매입 등 운전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AI 서버와 전장용 고부가 MLCC 수요가 늘면서 관련 장비 대응 자금이 필요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나머지 56억원은 금융권 단기차입금 상환에 투입한다. 해당 차입금의 이자율은 연 2.8%로, 이번 CB의 만기이자율보다 낮다. 대신 표면이자율이 0%인 만큼 지아이에스는 만기 전까지 현금 이자 부담 없이 자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100% 콜옵션 설정 '눈길'
이번 CB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조건은 콜옵션이다. 콜옵션은 회사나 회사가 지정한 제3자가 투자자로부터 CB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통상 콜옵션 비중을 30~40% 수준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지아이에스는 발행액의 100%를 대상으로 걸었다.
이는 회사 측이 필요할 경우 발행 물량 전부를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 때 투자자는 보유 중인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하는데, 회사 측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현금(연 5% 이자 포함)으로 돌려받아야 한다. 사실상 지아이에스가 9회차 CB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가는 셈이다.
특히 해당 권리가 회사뿐 아니라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넓다. 지아이에스가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을 콜옵션 행사 주체로 지정할 경우, 이들이 CB를 넘겨받아 향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콜옵션은 단순한 상환 권리를 넘어 최대주주 측의 지배력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CB를 넘겨받은 최대주주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올랐을 때 최대주주는 자신의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분율을 높이거나 막대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콜옵션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설계를 인지하고 5%라는 확정 수익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 시 수익을 회사 측에 반납할 수 있는 조건임에도 시중 금리보다 높은 만기이자율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지아이에스는 시장에 안정적인 신호를 주기 위해 이 같이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CB 발행에 따른 지분희석 우려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발행사가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하고 CB를 되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투자자와 일반 주주 모두에게 신뢰를 주려는 의도다.
지아이에스 관계자는 "여타 CB와 달리 발행 총액 모두를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함으로써 향후 주식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 및 오버행 리스크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