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증권사 유동성 관리 기준을 강화한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파생결합증권 발행사에만 적용하던 유동성비율 규제를 전체 증권사로 넓히고, 위기 상황에서 실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과 우발채무를 반영하도록 산정 기준도 손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8일 증권사 유동성 관리 강화를 위한 '금융투자업규정'과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산정 기준을 손보는 것은 기존 지표가 실제 위기 대응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증권사들은 단기자금시장 경색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당시 각 증권사의 유동성비율은 지표상 100%를 웃돌았다.
최근에는 종투사의 업무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등을 통해 증권사의 자금조달·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시스템적 중요성도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를 더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가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유동성비율 규제 확대와 '신(新)조정유동성비율' 도입이 핵심이다. 현재 유동성비율 규제는 종투사 10곳과 파생결합증권 발행사 13곳에만 적용된다. 이들 회사는 1개월과 3개월 유동성비율을 각각 100% 이상 유지해야 한다. 나머지 증권사는 3개월 유동성비율과 조정유동성비율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간접 관리해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전체 49개 증권사가 유동성 규제 준수 의무를 지게 된다. 이를 통해 금융당국은 중소형사 등을 포함한 전체 증권업권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외국계 지점 12곳은 중개와 자문 등 유동성 리스크가 제한적인 업무를 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 제외한다.
산정 방식도 더 정교하게 개선한다. 유동성비율은 일정 기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같은 기간 갚아야 할 유동부채로 나눠 계산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산식의 분자에 해당하는 유동자산에 위기 시 가격 변동 위험을 고려한 할인율을 적용한다. 시장 경색 때 자산을 급히 팔 경우 실제 회수 가능한 금액이 장부상 가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자산별 할인율은 위험도에 따라 달라진다. 국공채·특수채·은행채·AAA등급 채권·실물형 국공채 ETF(상장지수펀드)에는 0% 할인율을 적용한다. AA등급 채권은 7%, A등급 이하 채권은 10%다. 주식·외화증권·개방형 펀드·ETF는 15%, 실물 자산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스왑 계약을 통해 수익을 수취하는 합성형 ETF는 30% 할인율을 적용한다.
유동부채에는 채무보증 등 우발채무를 포함한다. 기존에는 채무보증 등이 유동부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위기 상황에서 실제 필요한 유동성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 차환발행증권은 증권사의 단기신용등급과 과거 채무보증 이행률 등을 고려해 유동부채에 반영한다. 대출·출자 약정처럼 즉시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항목은 잔액 전액을 1·3개월 유동부채에 포함한다.
담보거래 관련 기준도 손본다. 증권사가 RP(환매조건부채권) 매도나 증권대차거래 때 담보로 제공한 자산은 원칙적으로 유동자산에서 차감한다. 대신 유동부채를 계산할 때 담보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유출률을 다르게 적용한다. 우량 담보를 제공한 경우 규제 부담을 낮추고 위험도가 높은 담보를 제공한 경우 부담을 높이는 식이다.
개정된 유동성 규제는 법규 개정 절차와 증권사 시스템 개발 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규정변경예고를 거친다. 금융당국은 시행세칙 개정안도 이달 중 예고할 예정이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증권업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부동산 NCR(순자본비율) 위험값을 높이고 총 투자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과 시행세칙 개정을 진행 중이다. 시스템적 중요성이 커진 종투사에 대해서는 일반 증권사와 차별화된 자본규제 도입도 검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