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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팬택의 꿈]①메말라가는 돈 앞에 무릎

  • 2013.09.24(화) 19:35

2011년 워크아웃 졸업후 경기악화·쏠림현상 발목
작년 1880억이어 대규모 적자지속…92% 자본잠식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벤처신화의 꿈이 무너졌다. 전형적 비(非)주류 출신으로 무(無)에서 출발해 매출 2조원대의 휴대폰 제조업체를 일궈냈던 박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박 부회장의 퇴장에는 자금력과 조직력을 앞세운 대형 경쟁사들에 치여 회사 곳간에 돈이 메말라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그의 비애가 담겨있다. 

◇부활 시동걸자 찾아온 불운

국내 2위의 휴대폰 제조사인 팬택은 손실 누적과 유동성 위기로 인해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영업활동은 빠른 속도로 제 궤도를 찾아갔다. 2009년 12월 팬택앤큐리텔과 합병한 팬택은 2011년 절정에 달했다.

2011년 매출은 전년에 비해 54% 늘어난 2조9820억원으로 3조원을 눈앞에 뒀다.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전년보다 9배 가까이 늘어난 2180억원에 달했다. 특히 순이익까지 흑자도 돌아서며 1030억원을 기록했다. 팬택은 마침내 2011년 12월 워크아웃에서도 벗어났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워크아웃 종료로 차입금 상환유예기간이 끝나고 이자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들어 글로벌 경기 악화와 자금력을 앞세운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으로의 휴대폰시장 쏠림현상이 발목을 잡았다.

팬택은 내수는 ‘스카이(SKY)’와 스마트폰 전용 ‘베가(Vega), 수출은 ‘팬택(Pantech)으로 브랜드를 이원화해 국내시장(KT·SKT·LG U+)과 미국(AT&T·Verizon), 일본(KDDI) 시장을 주로 공략해 왔다. 올해 4월에는 ‘베가아이언’을 출시하기도 했다.

◇올해 재무구조 개선 노력 역부족

반면 팬택이 공을 들여왔던 해외시장에서 지난해 이후 눈에 띄게 성장세가 꺾였다. 2011년 54%에 달했던 해외매출 비중은 지난해 43%로 줄어든 뒤 올 상반기에는 29%로 급감했다. 주력시장에서 특정제조사로의 쏠림 현상이 그만큼 컸던 탓이다.

이로인해 팬택은 지난해 매출이 2조2540억원으로 줄어든 가운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050억원, 1880억원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출은 83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 넘게 줄었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560억원, 1150억원을 기록했다.

이렇다보니 팬택의 재무구조는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2년도 채 안돼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올해 2월 유상증자(253억원), 4월 무상감자, 5월 출자전환, 6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한 3자배정 유상증자(530억원) 등 나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올 6월말 현재 부채규모는 1조1910억원인 반면 자기자본은 219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2011년말 685.2%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5432.3%로 치솟은 상태다. 아울러 워크아웃 종료후 일부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팬택은 자본잠식비율이 91.7%로 자본금(2840억원)이 거의 고갈될 위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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