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열린 '2018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운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왼쪽 첫번째) 등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는 관련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노다지'입니다. 국무총리,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 학계 전문가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고경영자(CEO) 등을 한자리에서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도 이낙연 국무총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변동식 CJ헬로 대표 등 주요 인사 1000여 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행사장을 오가며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히면 통신사, 케이블TV(MSO) 업체 CEO 또는 과기정통부 차관일 정도였습니다. 전에 다니던 언론사 대표와 마주치는 일도 겪었죠. 업계를 대표하는 이들과 간단한 인사만 나눠도 올해 화두를 엿볼 수 있으니 트렌드에 민감한 ICT 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노다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올해 신년 인사회는 '최순실 게이트'가 한창이던 작년보다 확연하게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이들과 더욱 편하게 근접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석해 사전에 발급된 비표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호가 삼엄했고, VIP급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는 질서 유지선까지 설치해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노트북 반입이나 사진 촬영도 허가되지 않았죠.
이번엔 그런 제재가 거의 없고 이낙연 총리 주변에 어린 학생들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파티장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 9일 열린 '2018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이낙연 총리와 어린 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
발 디딜 틈 없는 파티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업계 리더들을 찾아다녀 봤습니다.
이낙연 총리나 유영민 장관을 제외하고 기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인사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었는데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이 불참한 터라 관심이 더욱 집중됐습니다.
박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8'에 참석했고, 황 회장은 같은 시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인공지능(AI) 인력 양성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있었습니다.
통신3사 CEO 중 유일하게 참석한 권 부회장은 단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따로 쫓아가 대면해 이런저런 질문을 했을 때도 "어어엇!"이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습니다. 평소 과감한 발언으로 유명한 권 부회장인지라 단 한 줄 기삿거리도 건지지 못한 기자들은 허탈한 반응이었습니다.
다만 정부 관계자나 통신사 임원 등과 얘기를 나눠보면서 올해 통신 업계 최대 화두는 역시 5G(5세대 이동통신)라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유영민 장관부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G 조기 상용화와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이동통신3사의 필수설비 공동 활용이 필요하다는 정부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필수설비는 전봇대, 광케이블, 관로 등 전기통신 사업에 필수적인 유선망 시설로 KT가 70% 이상을 소유하고 있죠.
이날 신년회에 참석한 SK텔레콤의 한 임원도 올해 최대 관심 분야에 대해 "올해는 무조건 5G"라며 "5G는 ICT 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어 인프라 투자와 함께 관련 서비스도 잘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5G와 관련 정부와 대화도 올해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신사업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케이블TV 업계 수장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강신웅 티브로드 대표는 "올해는 신수종 사업에 집중해 새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기존 유료방송사업의 가입자 확대 이런 것도 좋지만 새로운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초 홈케어 등 사물인터넷(IoT) 관련 서비스와 기가인터넷 서비스의 확대, 초고화질(UHD) 셋톱박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신규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이런 신사업을 통한 수익화에 집중한다는 구상으로 해석됩니다.
이밖에 변동식 CJ헬로 대표도 신사업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고, 올해 초 취임 이후 공식석상에 처음 나타난 유정아 IPTV방송협회장은 많은 인사들 사이에서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알뜰폰 사업자인 세종텔레콤 서종렬 대표는 "현재 3000억원 정도 투자 자금이 있다"며 "정부지원 등이 있다면 올해 제4이동통신사업을 벌일 수 있다"고 자신하기도 했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축사에서 "ICT를 포함한 과학기술은 문재인 정부가 가장 의욕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라며 "과학기술인을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가 향후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정부와 업계의 의지가 올해 어떤 성과를 만들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