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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이라도 의심해야…똑똑해진 보이스피싱

  • 2019.09.08(일) 12:00

발신번호 변작 등 수법 고도화로 피해 늘어

#직장인 A씨는 높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고생하던 중 은행 번호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은행 직원은 또박또박한 말투로 A씨에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이자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은행 직원이 말한 계좌에 80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대출 이자는 줄지 않았다. 은행에 전화해 확인해보니 이러한 금리 인하 혜택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과거에 비해 기법이 점차 지능화되면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보이스피싱이 어눌한 말투로 어설프게 설득했다면, 최근에는 은행 직원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송금을 유도하는 등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보이스피싱 범죄는 3만413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1% 증가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도 약 4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보이스피싱이 사람들을 잘 속일 수 있는 설득력을 얻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발신번호 변작'이다.

변작은 보이스피싱, 스미싱과 같은 전자금융사기 또는 불법 광고성 정보 전송 등의 목적으로 전화 및 문자를 보낼 때 타인의 전화번호, 없는 전화번호 등으로 발신 전화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행위다.

즉,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기존에 보이스피싱에 사용됐던 '070' 번호 대신 '010'이나 '02' , 혹은 '1588-****' 등 금융기관 전화번호로 변조해 전화 또는 문자를 보내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김종표 스팸정책팀장은 "발신번호 변작 심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신고추이가 2017년 만여 건에서 지난해 2만6000건으로 증가하다가 올해 7월 기준 1만3000건으로 소폭 감소하는 추세"라면서도 "변작신고의 경우 모든 건이 변작 금융사기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신고건에는 변작이 아닌 번호도 포함돼 있어 변작이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일어나는 보이스피싱의 상당 부분이 변작해서 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어 보이스피싱이 늘어나면 변작도 함께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면서 "KISA 신고센터의 인식 부족으로 신고건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음성전화 발신번호 변작 사례. [사진=KISA]

KISA가 연간 200여개 전기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해 파악한 결과, 발신번호 변작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사례는 다양하지만 별정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에 등록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변경 표시를 해줘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별정통신사는 기간통신사(대형 이동통신사) 통신망을 빌려 휴대전화 서비스를 하는 업종으로 알뜰폰 사업자로도 불린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간통신사와 별정통신사를 기간통신 사업자로 통합한 바 있다.

김 팀장은 "모든 별정통신사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신사 확인 단계에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에 대해 정부 부처와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의2에 근거해 매년 200여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신고를 받거나, 이전에 지적받았던 사업자, 신규 등록한 사업자 등을 집중적으로 검사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발신번호 변작은 원칙적으로는 금지지만 예외로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특별시 콜센터에서는 각자 다른 번호의 전화를 사용하지만, 전화를 걸면 수신자는 '120' 번호로 전화를 받게 된다.

이같이 국가·공공기관이 대국민 서비스 또는 고유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 이외에도 ▲특수번호(112·119등)에 연결된 착신 전화의 발신번호를 표시하는 경우 ▲국외 통신사를 통해 국내로 인입되는 전화에 국제 전화 식별번호를 붙이는 경우 ▲동일한 이용자 명의로 각각 가입한 유선번호간 번호를 변경표시하는 경우는 발신번호 변경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KISA 김종표 스팸정책팀장. [사진=KISA]

KISA는 발신번호 변작 예방을 위해 공공·금융기관 사칭 전화와 번호도용 문자를 차단하고 변작 신고접수를 받아 발신지를 확인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 팀장은 "변작예방을 위해서는 KISA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해 경찰, 금감원과 협력해 예방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제언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예방 수칙>
- 발신번호 변작으로 의심되는 전화, 문자 수신할 경우 '118'에 신고하기
- 기관 및 개인 전화번호가 도용되지 않도록 차단 서비스 가입하기
- 공공 금융기관 관련 전화 수신 시 우선 전화 끊고 확인하기
-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의 URL은 클릭하지 않고, 삭제하기
- 결제 사기 문자 메시지 수신 시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하지 않기
- 인터넷 문자 발송 사이트 계정정보 노출 금지 및 주기적인 패스워드 변경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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