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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LG유플러스가 암호에 꽂힌 까닭

  • 2023.01.13(금) 06:15

'무엇이든 뚫는창' 양자컴퓨터 시대 도래
초연결 '커넥티드카' 분야서 보안중요성↑

LG유플러스는 지난 7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커넥티드 카 보안 기술을 선보였다./사진=LG유플러스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지난 8일(현지시각) 막을 내렸습니다. 이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 중 하나인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가 적용된 커넥티드카(통신망에 연결된 차량) 보안기술을 선보였는데요. 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왜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 그것도 통신과 무관해 보이는 PQC를 선보인 걸까요.

우선 PQC가 무엇인지 알아봐야겠죠. PQC는 양자컴퓨터의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암호 알고리즘(방식)을 뜻합니다. 말이 어렵죠. 쉽게 말해 PQC는 슈퍼컴퓨터도 풀기 어려운, '일부러 문제 자체가 틀린' 수수께끼를 뜻합니다. 문제 해결도 어려운데, 문제에 고의적인 오류가 있다면 답을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운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현재 나온 슈퍼컴퓨터로 세상의 모든 암호를 푸는 데에는 90일 정도 걸린다고 알려졌습니다. 보통의 웹사이트에서 한달 혹은 석달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하라며 안내창이 뜨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만약 PQC가 많은 분야에 적용된다면 정보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됩니다.

사실 암호학계는 슈퍼컴퓨터 이상의 것이 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뚫는 창'의 역할을 하는 것은 양자컴퓨터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이론적으로 세상에 나온 모든 암호를 90일보다 짧은 시간 안에 풀 수 있습니다. 이를 막고자 등장한 '방패'가 PQC인 것입니다.

정현석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양자 컴퓨터 시대가 언젠가는 올 수 있기에 이를 대비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각종 산업 분야에서 PQC 개발과 적용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자컴퓨터: 0과 1의 조합인 비트(bit) 단위로 연산을 수행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중첩된 상태인 큐비트(qubit) 단위로 연산을 수행한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어 인공지능·보안 등의 분야에서 활용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왜 이런 암호가 자동차에 적용됐을까요? 사물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연결되는 '초연결시대'에 가까워지면서 자동차는 사실상 움직이는 스마트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에 보안프로그램이 필수이듯 자동차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또한 LG그룹 차원에서 전장사업을 강화하는 터라 계열사인 LG유플러스가 자동차에 관심을 둔 걸로 보입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PQC 기술을 결합한 폐쇄회로화면(CCTV)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국전력공사의 연구용 전력 통신망에 PQC 장비를 부착해 보안 능력을 실증하는 협약을 맺기도 했죠.

LG유플러스는 우선 전장사업에 PQC를 적용함으로써 커넥티드카에서 오고 가는 결제정보보호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인터넷을 연결한 자동차이기에 부품에도 암호가 필요하다"며 "이 암호에 PQC를 적용하는 걸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장 사업 외에도 회사의 본업인 네트워크에도 PQC가 적용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미 작년 4월 기업 전용 회선에 PQC를 적용했다"며 "이론적으로 PQC를 데이터, 데이터 송·수신, 그리고 이용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작년 9월 중장기 사업 계획인 '유플러스 3.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 중 '웹 3.0 플랫폼'을 제시하며 신기술 영역의 연구개발에 힘쓰겠다고 했는데요. LG유플러스가 공들이는 PQC가 소중한 결실을 맺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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