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솔루션 시장엔 비슷한 성능의 제품이 많지만 우리 사업장에 맞는 제품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때 LG유플러스 직원이 경주에 여러 번 방문해 작업자 개개인이 겪는 안전상의 고충을 듣고 이를 수렴해갔습니다."
이명호 에코비트 에너지 경주 대표는 LG유플러스의 스마트 안전관리 솔루션 제품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산업 현장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긴 장비를 공급한 LG유플러스의 '진심'이 통했다는 것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의 외곽에 위치한 에코비트 에너지 경주를 찾았다. 이곳은 전국 병원, 보건소 등에서 배출한 각종 의료폐기물(인체 적출물, 주사기, 붕대 등)을 모아 소각하는 처리장이다.
먹구름이 하늘을 검게 덮으며 빗줄기가 굵어졌지만 노동자들은 안전모와 형광색 밴드를 착용하고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족히 10미터 이상은 돼 보이는 높은 작업장 난간에 고리를 연결해 작업하는 인부도 일부 보였다.
명노성 LG유플러스 스마트안전사업스쿼드 팀장(PO, Project Owner)은 "작업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거나 안전고리를 걸지 않았을 경우 산업 현장 관리자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림이 울린다"며 "홀로 근무하는 작업자가 쓰러지거나 위급 상황에 처했을 경우 위치확인시스템(GPS)과 긴급호출(SOS)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바디캠으로 본부에 연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네킹에 부착된 스마트바디캠에 있는 SOS 버튼을 누르자 구조를 요청한 근무자의 위치와 주변 모습, 심지어 카메라의 시야 범위까지 본부에 있는 모니터에 그대로 나왔다.
작업장 공터에 주차된 거대한 화물트럭의 운전석 앞에는 하이패스 단말기와 비슷하게 생긴 손바닥 크기의 검은 상자가 붙어있었다. 운전자가 담배를 입에 물자 검은 상자에서 "운전 중 흡연을 하지 마세요"라는 알림이 흘러나왔다. 검은 상자는 운전자 행동을 감지해 위험성을 알려주는 인공지능(AI)이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 장치가 너무 카메라같이 생길 경우 오히려 운전에 방해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운전자의 의견까지도 반영했다"며 "운전자의 홍채 인식과 고개 각도, 전자담배를 포함한 다양한 담배 모양 등을 AI로 학습했다"고 말했다.
완제품이 적용된 환경에서도 작업자의 아이디어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기사들은 매일 700킬로미터를 운전하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고, 같은 노선을 장거리 운행하면 쉽게 피로를 느낀다"며 "한 물류 운반 작업자가 '대화 기능을 추가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 내용을 솔루션에 적용할 수 있는지 LG유플러스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업장 한구석에는 지게차가 운전자의 전방 시야를 다 가릴 정도로 큰 짐을 운반하고 있었다. 이때 취재진이 지게차 앞을 지나가자 지게차 스피커에서 "전진합니다, 비켜주세요"라는 음성이 나왔다. 지게차를 후진하려고 하자 후방 카메라가 다른 취재진을 인식하고 경고음을 냈다.
명 팀장은 "일반 지게차의 전·후방 카메라는 단순히 화면만 띄워주기만 한다"며 "LG유플러스의 AI 지게차 안전 솔루션은 전방 카메라가 사람의 발 모양을 AI로 학습해 알림음을 내고, 후방 카메라는 사람 외형과 동물을 구분한다"고 했다.
지게차 급정거 기능은 없었는데 이 공백은 오히려 작업자를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 팀장은 "지게차 급정거 시 싣고 있던 화물이 앞으로 쏟아져 보행자를 덮치는 등의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솔루션은 안전을 돕는 보조 수단으로 만들어졌고 최종적인 지게차 제어권은 운전자에게 있다"고 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AI 기반의 스마트 안전 관리 솔루션을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명 팀장은 "건설 현장은 중대 재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안전 취약 지역"이라며 "굴삭기 등 다양한 건설 장비에도 적용하는 방식으로 건설 산업 현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