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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빼앗긴 '희귀질환' 시장에 봄이 올까

  • 2024.04.26(금) 07:50

솔리리스 등 희귀의약품 판권회수에 매출↓
희귀약 전문 제약사 '소비'와 합작사 설립

한독이 스웨덴계 제약사 '소비'와 손잡고 희귀질환 의약품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다. 해외 제약사를 대신해 판매하던 희귀질환 의약품이 잇달아 공급 중단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최근 희귀질환 복제약이 시장에 대거 나오면서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희귀질환약 2종 국내도입

한독은 최근 스웨덴계 희귀질환 전문 제약사 소비와 합작사(조인트벤처)인 '한독소비'를 설립하고 이를 공식 출범했다. 소비의 희귀질환 약물을 국내에서 개발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하는 법인으로 한독과 소비가 각각 지분 49대 51을 보유한다.

양사는 소비의 희귀질환 제품 두 개를 국내에 우선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하나는 지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치료제인 '엠파벨리(성분명 페그세타코플란)'다.

PNH는 세포막에 이상이 생긴 적혈구가 보체(補體, 비정상적인 세포를 파괴하는 면역물질)와 만나 분해되며 혈전증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엠파벨리는 C3 보체 단백질을 억제하는 원리의 약물로 지난해 국내 규제당국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현재 승인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약물은 지난 2018년 미 FDA로부터 승인받은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ITP) 치료제인 '도프텔렛(아바트롬보팍)'이다.

ITP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혈액을 응고하는 역할을 하는 혈소판을 비정상적으로 공격하면서 출혈 등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도프텔렛은 혈소판 생성 촉진인자의 활동을 모방해 혈소판 수를 증가시키는 원리로 작용한다. 현재 국내에 품목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판권 회수에 희귀질환 사업 '흔들'

한독이 조인트벤처를 세우고 소비의 의약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이유는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희귀질환 의약품의 판매가 최근 중단되면서 관련 사업기반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한독은 지난 2012년부터 미국계 제약사인 알렉시온과 손잡고 PNH 치료제 '솔리리스(에쿨리주맙)', '울토미리스(라불리주맙)' 등 희귀질환 의약품을 국내에 도입했다.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는 2022년 합산 매출액이 500억원을 넘으며 한독의 전체 매출액의 약 10%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20년 아스트라제네카는 알렉시온을 인수하고 이듬해 한독에 이들 품목을 국내에서 직접 판매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 이후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1분기 한독으로부터 두 제품의 판권을 회수했다. 

이 여파로 한독의 솔리리스, 울토미리스 합산 매출액은 지난해 258억원으로 전년대비 82.5% 감소했다. 한독의 별도기준 연간 매출액은 5180억원으로 같은 기간 3.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52.3% 줄었다.

이보다 앞서 한독은 지난 2012년부터 스위스계 제약사 로슈의 파킨슨증후군 치료제인 '마도파(레보도파)'를 국내에 판매해왔으나 로슈가 2022년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매출액에 큰 타격을 입은 적도 있다. 마도파는 지난 2021년 국내에서 매출액 124억원을 기록했다.

복제약 저가공세 어떻게 뚫을까

한독은 엠파벨리를 국내에 도입해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의 공백을 빠른 시일 내 채운다는 계획이다. 엠파벨리는 정맥주사제인 두 제품과 달리 환자가 직접 집에서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제로 복용편의성이 더 높다. 또 솔리리스와 효능 등을 비교한 임상시험에서 약효가 더 뛰어난 점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한독이 국내에 도입 중인 ITP 치료제인 도프텔렛은 경쟁약인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의 '레볼레이드(엠트롬보팍올라민)'와 비교해 식사 유무와 관련없이 복용할 수 있고, 간독성 부작용 위험이 적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두 약물은 모두 동일한 원리로 질환을 치료하는 경구용 약물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PNH와 ITP 복제약 제품이 출시되거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두 제품이 기대했던 것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일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절반가량 낮은 가격의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달 기준 에피스클리의 연간 투약비용은 솔리리스보다 약 8000만원에 저렴하다.

엠파벨리는 에피스클리와 다른 원리로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이지만 에피스클리의 저가공세에 출시 이후 국내 PNH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엠파벨리는 해외에서 솔리리스와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SK플라즈마, 한국팜비오 등의 국내 제약사는 현재 노바티스를 상대로 레볼레이드 제네릭의약품 출시를 위한 특허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팜비오는 지난해 3월 이미 품목허가를 받고 특허심판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리지널약보다 저렴한 제네릭의약품이 출시되면 도프텔렛의 미래 매출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에 따르면 엠파벨리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액 5억9400만크로나(750억원)를 기록했다. 도프텔렛은 같은 기간 29억9700만크로나(3790억원)의 판매액을 거뒀다.

한독 관계자는 "희귀질환 의약품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소비와 합작 법인을 설립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와 로슈의 제품이 빠지면서 협력을 확장한 측면도 있다"라며 복제약 출시에 점유율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는 "관련하여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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