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이 국내에 도입한 비만약 바이오시밀러(복제약)가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한독은 최근 인도계 제약사 바이오콘으로부터 '삭센다'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판권을 도입했다. 삭센다는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약으로 주성분은 식욕을 억제하는 장 호르몬의 기능을 흉내 내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노보노디스크의 차세대 비만약 '위고비'가 출시되지 않은 가운데 삭센다가 비만약 시장 1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역대 최대인 668억원으로 전년대비 13.4%의 성장률을 보였다.
삭센다 바이오시밀러 도입소식에 지난 5월 말 한독의 주가는 껑충 뛰었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낮은 가격을 무기로 비만약 수요가 큰 국내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삭센다는 현재 국민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제품이다. 한 달 복용에 드는 비용은 대략 20만~30만원으로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높은 비용 부담에도 국내에서는 삭센다를 찾는 수요가 높다. 올해 초 삭센다를 찾는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독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 삭센다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해 국내 비만약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쟁약물 출시 등으로 시장 성과를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삭센다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뛰어나고 한 주에 1번 투여하는 위고비(삭센다는 일일 1회 투여)는 현재 국내 시장진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노보노디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고비의 허가를 받았고 현재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선주문을 받고 있다.
위고비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체중감량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계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약 '젭바운도'도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일라이릴리는 식약처로부터 젭바운드의 승인을 받았다.
삭센다의 국내 특허존속기한은 2025년 11월까지로 한독의 바이오시밀러는 위고비나 젭바운드가 출시한 이후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삭센다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반발해 특허소송을 제기하면 출시시기는 더 지연될 수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바이오콘의 미국 내 삭센다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막기 위해 2022년부터 2년여간 특허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삭센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거나, 다른 해외 제약사의 제품을 도입해 복제약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도 있다.
국내 제약사인 펩진은 바이오플러스와 손잡고 현재 삭센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계 제약사 테바는 지난 6월 삭센다 성분의 당뇨약('빅토자')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에 처음 출시했다. 중국에서는 제약사 두 곳(화둥메디슨·베네매제약)이 삭센다 바이오시밀러의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이다.
이와 관련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한독 관계자는 "바이오콘으로부터 삭센다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권도입을 계약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허기간 등으로 인해 실제 출시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