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GC녹십자가 글로벌과 CMO(위탁생산) 사업을 쌍두마차로 재도약에 나선다. 탄저백신 등 연내 허가가 예상되는 자체 개발 신약은 두 사업군이 이끄는 실적 개선 흐름에 적지 않은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녹십자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연결 기준 예상 301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7458억원, 626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7.3%, 81.9%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녹십자는 지난해 독감백신,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의 판매액이 줄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하락했다. 이어 큐레보 등 미국 관계사가 거둔 적자가 영업외손실로 인식되면서 3년 만에 당기순손실 198억원을 기록했다.
녹십자의 실적이 올해 다시 뛸 것으로 기대되는 데는 글로벌 사업 부문의 영향이 크다. 녹십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면역글로불린 제제인 '알리글로'를 허가받고 오는 7월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면역글로불린은 혈액에서 추출한 항체 단백질이 주성분인 약으로 면역체계가 선천적으로 결핍된 원발성 면역결핍증 환자부터 조혈모세포 이식, 항암화학요법 등의 수술이나 치료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한 환자에게 두루 쓰인다.
녹십자는 독자 개발한 정제공정을 통해 경쟁제품보다 높은 안전성을 알리글로에 구현했다. 이를 무기로 출시 첫 해 미국에서 매출액 3000만달러(410억원)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면역글로불린 시장인 데다 한국보다 약가가 6배 가량 비싸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2022년 57억4000만달러(7조9000억원)에서 2023년부터 연평균 7.7% 성장해 2030년 103억9000만달러(14조3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또 다른 실적개선 요인으로는 CMO 사업 부문이 꼽힌다. 녹십자는 현재 충북 오창에 백신을 비롯해 바이오시밀러, 항체의약품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완제의약품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공장의 백신 생산능력은 최대 10억 도즈(1도즈=1회 접종분)로 국내 최대다.
녹십자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러 독감, 콜레라 등의 백신 접종 수요가 다시 늘면서 CMO 사업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백신 제조사인 유바이오로직스와 2026년까지 콜레라 백신 1600만 도즈를 생산하는 CMO 계약을 체결했다. 유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콜레라 백신은 현재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에 공급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접종 수요가 늘며 수주물량이 지난 2년 사이 60% 넘게 급증했다.
앞서 녹십자는 지난해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CPHI(세계제약산업전시회)에 참여하는 등 해외 CMO 고객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글로벌 진출 거점으로 삼고 있는 오창공장은 알리글로의 미국판매를 위해 최근 FDA로부터 c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녹십자는 이를 통해 올해 CMO 부문에서 150억원의 매출을 내고 내년에는 35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나아가 오는 2030년까지 오창공장에서만 CMO를 비롯한 혈액제제 생산 등으로 1조원 규모의 수익을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체 개발한 탄저백신과 영유아 결핵백신이 올해 국내 품목허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된다면 실적 개선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녹십자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탄저백신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결핵백신의 경우 임상 3상 시험을 마치고 허가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탄저백신과 결핵백신 시장은 각각 133억1280만달러(18조4000억원), 1억856만달러(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올 하반기 알리글로의 미국시장 진출, CMO 상업생산 계획 등 신규 사업 확대를 통한 매출 한 자릿수 중반대의 성장을 예상한다"고 했다. 유바이오로직스 외에 추가로 논의 중인 CMO 계약에 관한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수주현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