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앞서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준법과신뢰위원회를 꾸리는 등 경영 쇄신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공백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카오는 일단 CA협의체를 중심으로 김 위원장의 부재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고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또 한번의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것인데 당분간은 기존 사업이라도 순탄하게 유지하기 위한 비상플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맞닥뜨린 리더십 공백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김 위원장은 지난 24일 구속 후 첫 검찰 소환조사를 8시간 동안 받았다. 김 위원장은 조사와 조서 열람을 마치고 오후 6시경 구치소로 돌아갔다. 검찰은 한 차례 기한 연장까지 포함해 김 위원장을 최장 20일간 구속할 수 있다.
카카오는 당장 총수 부재에 따른 상황 수습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김 위원장은 2022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카카오의 최대주주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경영쇄신위원회'를 그룹 경영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내에 신설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으며 쇄신을 진두지휘했다.
그런 그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카카오의 체질 개선작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등 그룹의 중대한 의사결정은 김 위원장을 거쳐온 만큼 공백의 여파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일단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옥중 경영'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공동의장인 정 대표에게 사태를 수습하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그는 올해 3월 카카오 대표로 취임해 김 위원장과 함께 그룹의 '투톱' 역할을 해 왔다.
풀어야할 숙제 '곳곳에'
하지만 정 대표는 카카오 수장 자리에 오른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고 김 위원장과 비교해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간의 경영 쇄신 작업이 김 위원장 중심으로 진행된 가운데 정 대표 또한 회사의 신사업 구상이나 미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그는 40대 여성으로서 소통하는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불렀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먹튀 논란의 임원을 재선임하고 금융감독원이 해임을 권고한 인물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등 회전문 인사로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대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당장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 결단력 있게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카카오의 최대 역점 사업인 카카오톡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 사업 확장이란 미션에 더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성과 창출 등 그룹 계열사들의 현안 또한 산적해 있다.
다만 총수의 공백 속에서 각종 사안에 대한 빠른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세심한 판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나 M&A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너가 부재한 만큼 의사결정 과정은 늦어질 것이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