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인공지능(AI) 기술에서 이미 한발 앞서가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트럼프의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 속에서 더욱 지배력을 키울 가능성이 커서다.
앞서 1기 행정부 당시 정책 방향과 최근 행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극단적인 자국 우선의 지원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관계가 최근 매우 우호적으로 바뀐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실제 아마존, 메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재임 당시 트럼프와 매우 불편한 관계였다. 일례로 아마존은 2019년 미국 국방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 제다이(JEDI) 입찰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트럼프의 방해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백악관 비판 논조의 워싱턴포스트(WP) 사주인 점도 민감한 부분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메타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주커버그의 경우 2021년 미국 의회 폭동을 사실상 묵인한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정지시켰는데 이후 트럼프는 "저커버그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상황은 급변했다. 베조스와 저커버그 모두 트럼프의 대선 과정에 막대한 자금을 대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이들 두 사람을 비롯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주요 인사들이 나란히 자리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들 바로 뒤에 자리로 배정받는 등 주요 인물로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화답하는 모습이다. 그는 AI를 국가 전략 자원으로 여기며 빅테크 기업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연일 표명하고 있다. AI 산업 전반에서의 스탠스도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서 AI 안전성 검토, 딥페이크 콘텐츠 워터마크 표식 의무화 등을 포함한 바이든 정부의 AI 행정명령을 '불법 검열'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 아래 국제 무대에서도 다자간 AI 협력보다는 미국 중심의 AI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 다른 AI 경쟁 국가보다 미국이 앞설 수 있게 AI 산업을 장려하고 방해가 되는 규제는 없애는 방향이다.
당장 국내 IT 기업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이미 벌어진 기술 격차도 문제이지만, 후발주자로서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해 외연 확장을 노리는 이때 빅테크의 강해진 영향력은 자칫 사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자체 AI 서비스 '에이닷(A.)'에 퍼플렉시티와 챗GPT, 클로드 등 글로벌 빅테크 서비스를 탑재한 상태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앞으로 5년간 약 2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한국 산업의 돌파구를 찾아서: 2025년 산업전망'에서 "AI 시장에서 미국의 독주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미·중 AI 패권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의 AI 경쟁력 틈새 확보를 위해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