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은 가상자산 시장도 한국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개수가 한국은 500개를 넘지만 일본은 100개가 안 되고 일거래금액도 한국이 10배 이상 많았다.
가상자산 평가업체 애피와는 최근 '한일 가상자산거래소 현황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일본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전문적이고 상세한 현황을 담은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원화거래소 5곳과 일본 공인 가상자산거래소협회(JVCEA) 소속 6개사(비트플라이어, 코인체크, 자이프, 비트뱅크, 비트레이드, 비티씨박스)를 비교 분석했다.
먼저 양국은 거래지원 가상자산 수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알트코인의 천국인 한국 거래소는 5개 거래소가 총 515개 코인의 거래를 지원하고 있으나 일본은 6개 거래소 통틀어 69개 코인만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소별로 보면 빗썸이 353개로 가장 많은 코인을 상장했고 코인원이 285개로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일본 거래소들은 상장 코인이 40개 정도에 그쳤다. 글로벌 거래소 순위에서 빗썸과 비슷한 순위에 올라있는 일본 비트플라이어는 34개 코인만 상장했다.
양국 거래소의 상장 코인 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규제 영향이 컸다. 일본 금융청(FSA)으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은 거래소 협회이자 자율규제기구 JVCEA는 회원사들의 가상자산 상장과 상장폐지를 직접 심사할 권한을 갖는다. 이에 비해 한국은 거래소협의체(DAXA)가 있어도 거래소들이 자체적으로 상장 심사를 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일거래대금도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지난 6일 기준 국내 5대 거래소의 총 거래대금은 39억3700만달러(약 5조7200억원)였으나 일본은 3억1100만달러(약 4500억원)으로 12배 가량 한국이 많았다.
반면 비트코인 거래금액은 일본이 한국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각국 통화별 비트코인(BTC) 거래비중은 엔화가 6~7%로 원화 4~5%보다 높았다. 또 일본 거래소 비트플라이어의 거래소 순위가 높은 것도 비트코인 등 주요 코인 거래 비중이 높기 떄문이다.
이밖에 단독상장 코인 수도 일본 거래소가 훨씬 적었고, 상장 코인의 평가등급도 일본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다만 일본의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신뢰성과 안정성이 뛰어난 반면 시장 활성화와 다양성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애피와 이재근 대표는 "한국은 상장 기준이 비교적 유연해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수가 많고 거래량도 일본보다 12배 많다"며 "일본은 엄격한 규제를 통해 상장 코인의 신뢰성을 보장하지만 시장 다양성과 글로벌 경쟁력은 약한 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