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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유동성]③셀트·녹십자, 주주 챙기려다 날샐라

  • 2025.03.28(금) 08:00

셀트리온 주주환원 5000억 투입
GC녹십자, 2년째 적자배당 시행
주주 챙기려다 유동성 부담 커져

셀트리온, GC녹십자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자사주 매입, 현금 배당 등의 주주환원책 시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을 확대하거나 본업에서 부진한 성과를 낸 상황에서 막대한 규모의 재원을 주주환원에 투입하면 정작 현금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주주환원과 성장, 다 잡을까

셀트리온은 지난 21일 자기주식 26만8385주를 신규 매입하는 내용의 자기주식취득계획을 공시했다. 26일 종가 기준 매입금액은 49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밝힌 지 1주일 만에 이뤄졌다. 

셀트리온은 현금배당 규모도 늘리고 있다. 올해 시행한 배당총액은 1537억원으로 전년대비 48.4%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주주들은 주가안정에 신경쓰는 모습을 반기는 한편 일각에서는 다소 무리한 주주환원책이라는 우려도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신약개발, CDMO(위탁개발생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서정진 회장은 최근 대규모 인수합병(M&A)까지 예고한 상태다. 

실제 셀트리온은 지난해 영업활동(본업)으로 1조466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였고 이 중 51.5%를 자기주식 취득과 배당금 지급에 사용했다. 이보다 앞서 2023년에는 영업활동으로 번 돈(6913억원) 이상으로 두둑하게(9683억원)을 주주환원에 투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셀트리온의 차입금 규모는 2조2067억원으로 5년전(5056억원)과 비교해 4배 넘게 증가한 반면 현금성자산은 1조1430억원으로 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향후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전체 차입금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약 95%에 달한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은 이달 2027년까지 현 수준보다 주주환원율을 확대하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했다.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실적개선이 예상보다 지연되면 양쪽 모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위험도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주가치 제고보다 성장에 집중한 재무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립 이후 자사주 취득과 배당 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 대부분은 건물, 설비 등의 투자활동에 투입했다.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별다른 주주환원책 없이 순항 중이다. 성장에 집중한 결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과실까지 얻은 셈이다. 26일 기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1년 전 대비 29.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의 주가는 4.1% 올랐다.

적자인데 배당

순손실을 내는 가운데 무리한 주주환원책을 추진하는 곳도 있다. GC녹십자는 연결 기준 순손실 198억원을 낸 2023년에 이어 지난해 순손실 42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 각각 171억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22년 1053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225억원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동제약은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지난 2019년부터 현금배당 지급을 중단했다.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한독은 올해 배당금 지급총액을 전년 대비 33.3% 삭감했다.

녹십자는 현재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관련 투자를 늘리며 유동성 부담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녹십자의 차입금 규모는 7174억원으로 5년 전 대비 약 50% 증가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90% 감소한 상태다. 녹십자는 향후 알리글로의 미국 내 매출이 늘어나면 수익성과 함께 현금흐름도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재무건전성 지표가 워낙 우수한 만큼 현재까지의 주주환원 규모가 문제 되지 않지만 이 규모를 더 확대한다면 유동성 부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녹십자는 알리글로의 실적이 개선되면 유동성 부담이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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