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로 자동차 업계는 공황상태다. 이번 사태로 디젤 차량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폭스바겐의 불똥이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에게까지 튀었다. 폭스바겐에 속은 소비자들의 불신이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의 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십년간 자동차 업계를 양분했던 가솔린과 디젤의 시대가 저물고 친환경차가 디젤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폭스바겐이 물어내야 할 돈에 대한 관심도 크다. 과징금은 얼마나 될지, 전 세계에서 진행될 집단 소송으로 배상금은 또 얼마나 될지 관심사다.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공통점은 그 액수가 상상 초월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태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부분은 '거짓말'을 한 기업은 치명상을 입는다는 점이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먹고 산다. 신뢰가 깨지면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폭스바겐은 기업이 지켜야 할 마지막 선을 넘었다. 마지막 남은 디젤의 미개척지인 미국에서 더 큰 파이를 먹기 위해 속임수를 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상상치도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독일 현지에서는 이번 사태를 폭스바겐의 약자인 'VW'에 빗대 Vertrauen Weg!(사라진 신뢰)'라고 자조한다.)
기업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렸을 때 그 대가는 혹독하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한 모기지담보증권(MBS)의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고객들에게 판매했던 베어스턴스와 워싱턴뮤추얼펀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당시 고객들에게 자신들이 판매하는 MBS가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했다.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해 고객을 속인 것이다. 이는 결국 모기지 붕괴의 씨앗이 됐다.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건은 이 사기극으로 미국 정부에 130억달러(13조7202억원)의 벌금을 냈다. 이는 미국 역사상 단일 기업에게 매겨진 가장 무거운 벌금이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예상하긴 쉽지 않다. 다만 폭스바겐이 단순한 사과와 금전적 보상만으로 모든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신뢰를 저버린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절감해야 한다. 폭스바겐은 건너선 안될 강을 건너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