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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의 두얼굴]④위약금 물고 장사 접는다…왜?

  • 2018.10.24(수) 08:56

최근 5년간 계약종료 매장 75%는 매출부진 사유
최저하한매출제도 폐지하고 수수료 할인제도 도입
임차인 부담 완화했다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의문

1년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유통은 과도한 임대료 문제로 국회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등장한 사례는 부산의 유명 어묵업체 삼진어묵의 부산역 매장 철수사건이었다.

 

지난 2014년 처음 부산역에 입점한 삼진어묵은 2년 8개월 동안 임대료를 포함한 수수료 명목으로 약 100억원을 코레일유통에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3억10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당시 국감에서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국토교통위 소속)은 "부산에서 한 달 점포 임대료가 3억1000만원이나 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코레일유통이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코레일유통은 올해 6월부터 기존의 수수료 산정방식을 없애고, 임차인이 제시한 제안매출액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리면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등 새로운 제도를 마련했다. 코레일유통의 자발적인 제도 개선이 아닌 국정감사에서의 지적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 권고가 이어지자 제도를 변경한 것이다.

 

 

◇ 계약해지한 10곳 중 7곳은 '매출 부진'

 

비즈니스워치는 이헌승 의원이 코레일유통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기차역에 입점한 매장들의 계약종료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난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 기차역에 입점한 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한 사례는 총 25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74건(69%)이 매출 부진을 이유로 코레일유통과 계약을 해지했다. 그밖에 계약위반(28건), 개인사정(27건) 등이 뒤를 이었지만 10곳 중 7곳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이유는 매출 부진이었다.

 

기차역은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실제로는 매출부진을 이유로 장사를 접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 벡스코역에 입점한 한 프랜차이즈 커피점은 계약기간이 2020년 7월으로 2년 넘게 남았지만 지난 2월 매출부진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매출부진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유명 프랜차이즈 뿐만이 아니다. 개인사업자들도 상당수 매출부진을 이유로 코레일유통과 계약을 해지했다.

 

기차역 입점업체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하면 코레일유통에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중도 계약 해지시 내야하는 위약금은 계약 보증금의 20% 수준이다. 또 계약을 중도 해지할 경우 향후 6개월 간은 코레일유통과 신규 계약도 체결할 수 없다. 

 

이러한 각종 패널티에도 입점업체들이 계약을 해지하는 이유는 당초 예상했던 것 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최저하한매출액제도'라는 코레일유통의 독특한 임대료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매출 저조해도 수수료는 그대로…논란의 '최저하한매출액제도'

 

코레일유통이 그동안 입점업체들에 적용해 온 최저하한매출액제도는 실제 매출액이 낮더라도 입점 계약때 약속한 수수료는 내야하는 조건이다.

가령 서울역에 입점한 업체가 매월 3000만원을 벌겠다고 코레일유통과 최초 계약을 체결하면 3000만원의 90%에 해당하는 2700만원을 기준으로 최소수수료가 의무적으로 책정된다.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임대사업에 부과하는 평균 수수료율은 20%다. 이를 기준으로 입점업체가 실제 매출과 상관 없이 내야하는 최소수수료를 계산하면 매월 540만원(2700만원의 20%)인 셈이다. 

 

이 제도가 논란이 된 것은 실제 매출액이 애초 제시한 금액보다 저조해도 코레일유통은 수수료를 한 푼도 깎아주지 않고 받아왔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월매출이 0원이어도 매달 540만원의 수수료를 코레일유통에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막대한 수수료까지 꼬박꼬박 내야한다면 차라리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과도한 수수료, 성과공유제로 보완했지만 실효성은?

 

코레일유통이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최소수수료는 정액제로 고정돼 있지만 매출액이 더 나오면 추가로 받는 수수료의 상한선은 없었다. 매출이 오를수록 내야할 수수료도 높아지는 셈이다. 삼진어묵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지난 2016년 삼진어묵 사태가 논란이 된 것은 코레일유통에게 월 3억1000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야하는 상황에서 출발했다.

 

수수료 논란이 거듭되자 코레일유통은 지난 6월 최저하한매출액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입찰계약 시점과 달리 실제 영업을 해보니 매출이 부진하다면 약속한 수수료를 전부 내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가 고쳐졌다.

 

이와함께 코레일유통은 또 최저하한매출액제도를 없애면서 성과공유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들고 나왔다.

성과공유제는 입점업체가 계약 당시 적어낸 기준금액(제안매출액)을 웃도는 실제 매출을 올렸을 때 초과분에 대한 수수료를 일정수준 깎아주는 제도다. 가령 제안매출액 3000만원을 써낸 임차인이 실제 3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초과매출액 900만원에 대해 수수료율을 깎아주는 것이다.

 

초과 매출액이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 15% 이하면 수수료 10%(실제 할인폭은 2%), 15%를 초과하면 20%(실제 할인폭은 4%)를 낮춰준다.

 

성과공유제 도입 이전에는 초과매출 달성시 실제 매출액에 비례해 수수료도 무한정으로 높아지는 구조였다. 따라서 매출이 급격히 올라간 삼진어묵은 월 3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 성과공유제를 삼진어묵 사례에 적용하면 임차인은 장사가 잘 되더라도 수수료를 덜 낼 수 있다.

 

하지만 성과공유제 도입으로 인한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초과 매출' 달성의 기준점이 되는 제안매출액은 직전연도 해당 자리에서 장사를 하던 점포의 매출액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장사가 잘됐던 입지라도 나중 사업자가 그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지 못하면 수수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실제로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삼진어묵에 이어 부산역에 입점한 환공어묵은 본인들이 계약때 제안한 금액(제안매출액)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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