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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실수요자 내집마련 쉬워질까

  • 2019.08.12(월) 17:29

싼값에 내집마련 기회…청약경쟁은 더 치열
정부 집값 안정 기대…주택 희소성 커져 집값 오를 수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부담이 완화되고 집값이 안정됩니다."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적용키로 하면서 도입배경과 그로 인한 효과를 이렇게 강조했다.

분양가상한제는 크게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해 그 이하의 가격으로 분양가격을 설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분양가격이 현재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시세보다 싼 값에 분양을 받을 수 있으니 반길 일이다. 하지만 청약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당첨 확률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사업성 악화로 원하는 청약단지가 언제 분양을 할지 불확실성도 커진다.

기존 집값 안정화 여부에 대해선 여러 변수들이 혼재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겹겹이 규제와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갈지 혹은 풍부한 유동성과 공급 위축으로 인한 가격상승을 불러올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실수요자의 머릿속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신반포 3차 재건축 현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분양가 낮아지지만 더 작아진 '바늘구멍'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분양가가 낮아지면 실수요자들은 시세보다 싼값에 청약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로인해 청약시장 쏠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도 청약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의 만족도는 높아지지만 인기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청약가점이 높은 고가점자의 경우 낮아진 분양가로 혜택을 보지만 가점이 애매한 경우에는 이같은 청약경쟁에서도 소외될 수밖에 없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무주택기간이 길거나 다자녀 혹은 노부모봉양 등으로 가점이 높은 사람들은 유리하다"면서도 "이런 가구들 중에서도 대출 없이 청약을 받을 수 있는 현금여력이 많은 사람들이 결국 혜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분양가격이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서울 강남이나 과천 등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만한 지역의 시세는 이미 10억원대를 훌쩍 넘긴 상황이다. 중도금대출이 불가능해 자력으로 중도금 등을 마련할 수 있는 '현금부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청약에 당첨되는 극소수만 수혜를 보고, 그 외 청약대기자는 높은 분양 경쟁률과 공급물량 축소 등으로 오히려 내 집 마련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2007년엔 금융위기 영향 집값하락, 이번엔?

국토부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주택시장 전반 및 장기간의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으로 과거 두차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던 시기의 서울 집값 안정화를 꼽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던 2007~2014년 서울 주택전체 가격은 1.1% 상승에 그쳤고 아파트는 0.4% 상승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2007년말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발 금융위기로 인한 영향이 더 컸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주택가격이 떨어져 당시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집값 안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요자들의 관심이 단기적으로 신축아파트나 일반아파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거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는 기존 아파트를 굳이 사지 않고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관망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단기간 급등에 다른 피로감, 대출규제 등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시중의 풍부한 부동자금을 고려할 때 주택가격을 끌어내릴 정도의 파괴력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비사업 위축이 주택 공급량 장기 감소로 이어진다면 지역 내 희소성이 부각될 준공 5년차 안팎의 새아파트들은 가격 강보합이 유지되면 선호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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