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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불똥]너도나도 '로또청약'…더 좁아진 청약문

  • 2019.08.20(화) 17:13

정비사업 지연‧인허가 절벽 등 신규주택 공급 감소 전망
청약통장 가입자는 증가…'로또청약' 노린 경쟁 치열할듯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 도입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집값은 물론이고 향후 주택 공급 계획을 두고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실수요자들도 당장 청약시장에 진입할지 혹은 전세로 전환한 후 시장 추이를 지켜볼지 등 고민이다. 이 때문에 전세시장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어디까지 불똥을 튀길지 짚어본다. [편집자]

무주택자인 A씨는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이후 비교적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돼서다. A씨는 상한제 여파로 분양이 뚝 끊겼던 서울에서 분양 물량이 나오자마자 청약을 넣었다. 하지만 오랜 만에 나온 물량에 A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청약 경쟁률이 치솟았고, A씨는 청약 가점이 50점대이지만 예비 번호조차 받지 못하고 떨어졌다.

오는 10월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한제가 도입되면 주택공급은 위축되고 가격 경쟁력(분양가 인하)으로 인해 '로또 청약'을 기대하는 수요자가 늘어나면서 청약 경쟁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혜를 기대했던 실수요자들의 청약문이 오히려 좁아지는 등 상한제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새 아파트 '공급 가뭄' 올듯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가뜩이나 귀한 수도권 새 아파트가 더 귀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강화 방안의 주요 내용은 ▲투기과열지구에 적용 ▲정비사업 단지도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단지부터 적용 ▲후분양 단지에도 적용 ▲전매기간 확대 등이다.

이에 따라 직격탄을 맞게 된 서울의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은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른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분양 시기를 미루는 분위기다.

분양 계획을 세운 곳은 삼성동 상아2차(래미안 라클래시·10월 전 분양),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개포 그랑자이·12월 분양) 2곳 뿐이다. 이미 이주·철거 단계에 들어선 단지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외 사업 초·중반 단계인 강남구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목동 신시가지 등은 정비계획 변경을 고려하거나 사업을 잠정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지역의 인허가 물량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서울에서 7만4984가구가 인허가를 받은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엔 3만2848가구에 그쳤다.

이런 감소 추세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7년에도 상한제 시행 이후 서울 지역의 인허가 물량이 3분의 1토막 난 바 있다.

2007년 9월 상한제가 시행되고 2008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만1900가구로 전년(5만 가구) 대비 56% 줄었다. 그 다음 해에도 2만6600가구에 그쳐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한제 시행 3년차인 2010년엔 5만1400가구로 급등했지만, 정비사업물량은 2007년만 해도 3만 가구에 달했지만 이후 한동안 1만 가구 대에 머물렀다.

업계에선 상한제 시행 전 '밀어내기 물량'이 소화되고 나면 한 동안 분양이 드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10월 서울 분양 예정물량은 8457가구로 전년(2858가구) 대비 3배가량 증가했다. 월별로 8월이 5644가구로 가장 많고 10월 1465가구, 9월 1348가구 순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8월엔 추석 이전 분양 수요가 몰리고 9~10월엔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전 밀어내기 분양이 예상된다"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엔 서울에서 이미 분양 예정된 물량은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겠지만 나머지는 분양 시기를 연기하는 쪽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로또 전쟁…'청약 바늘구멍' 더 좁아지나

이처럼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새 아파트가 귀해지면서 청약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예금‧부금) 가입자 수는 2506만122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인구(5170만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로, 두 사람 중 한 명꼴로 청약통장이 있는 셈이다.

전국의 청약통장 가입자는 2016년 1월 2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8월 말 기준 약 2406만명에서 11개월 만에 100만명 늘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무주택자 위주의 개편된 청약제도를 시행하면서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통장 가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보증을 통해 고분양가 통제를 강화하자 청약자들 사이에서 '청약 당첨=시세 차익' 공식이 생긴 것도 가입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강화를 예고하면서 지난 7월엔 서울에서만 청약저축 신규 가입자가 1만9679만명을 기록, 전월(6940명)의 약 3배에 달했다.

주택 수요가 청약으로 쏠리면서 이미 청약 당첨 가점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당첨가점은 평균 50점으로 나타났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기간(32점), 부양가족수(35점), 입주자 저축가입기간(17점)으로 총 85점으로 구성된다. 가점이 50점을 넘으려면 배우자·자녀 2명(20점)을 부양가족으로 둔 4인 가족 세대주가 무주택기간 9년 이상(20점), 청약 가입기간 8년 이상(10점)은 돼야 한다. 통상 청약 시장에서 가점이 50점을 넘으면 당첨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당첨가점 커트라인이 가장 높은 단지는 지난 4월 위례신도시에서 공급된 '송파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로 평균 72점이었다. 이어 ▲동대문구 청량리롯데캐슬 SKY-L65(60점) ▲은평구 e편한세상 백련산(57점) ▲서초구 서초그랑자이(74점) ▲성북구 롯데캐슬 클라시아(64점) ▲강남구 디에이치포레센트(57점) 등도 당첨자 평균가점이 50점을 넘었다. 60점대 이상은 돼야 안정권에 드는 셈이다.

10월에 상한제가 적용되면 청약 당첨가점은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는 주변 시세보다 20~3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약 경쟁이 과열될수록 청약문이 좁아져 실수요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이 내려가면 너도 나도 청약하면서 청약 시장은 과열되는 한편, 주택 공급량이 줄면서 중장기적으로 기존 아파트의 가격은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이렇게 되면 청약에 당첨되는 일부 사람들만 로또(시세차익을 얻고)고, 나머지 실수요자들은 오히려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올라 내집 마련이 더 힘들어지게 된다"며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수혜 대상을 실수요자로 보면서 전매제한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증여, 경매를 통한 채권 상계 등 편법이 만연해져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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