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라클래시의 청약 당첨 가점 커트라인은 65점 이상으로 예상합니다."(9월 20일 삼성물산 측 예상)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의 청약에 당첨되려면 가점이 70점은 넘어야 될겁니다."(9월 27일 HDC현대산업개발 측 예상)
강남 청약 시장에서 일주일새 당첨 가점 예상 커트라인이 5점이나 올랐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전 '마지막 로또' 아파트인데다, 앞서 강남 삼성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자 불안감을 느낀 청약자들이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에도 청약통장을 내미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청약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예상하면서도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생각에 강한 청약 의지를 드러냈다. 분양가가 현 시세 대비 4억~5억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 타입이 분양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만큼 이번에도 역시 '그들만의 리그'가 이어질 전망이다.
◇ 래미안도 아이파크도 '당첨만 되면…'
27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 갤러리에 마련된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견본주택 앞엔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지만 예상보다는 인파가 적었다.
이 아파트는 역삼동에 위치한 개나리4차를 재건축한 단지로, 상한제 전 강남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하는 귀한 매물이자 '마지막 로또'로 불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가점이나 현금여력이 되는 분들 중에는 전화문의 정도만 하고 청약을 넣더라"며 "워낙 로또라고 알려져서 그런 것(견본주택 방문 없이 청약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예비 청약자들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컸다.
강북에서 왔다는 50대 남성은 "인근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보니 분양가가 최소 3억원은 싸더라"며 "입주할 때쯤 되면 5억원 이상 올라 있을거라고 예상해서 무리해서라도 청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3㎡(1평)당 4750만원으로 15억1500만~23억3500만원에 책정됐다.
일반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총 128가구) 전용 84㎡만 보면 15억1500만~16억6700만원으로, 인근 시세와 비교하면 3억~5억원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역삼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0억7500만원, 개나리SK뷰 같은 평형이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역삼e편한세상은 이달 20억30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는 지난주 강남구에서 분양한 래미안 라클래시와 평당 평균 분양가가 동일하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비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분양가가 더 낮다고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비용을 빼면 전용 84㎡를 기준으로 분양가가 평당 58만원 정도 저렴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시세 차익은 더 커질 것이라고 보는 예비 청약자도 있었다.
선릉역 인근에 거주한다는 30대 여성은 "현 시점에도 시세차익이 5억원 전후로 나는데, 입지나 개발호재 등을 생각해보면 나중엔 아파트값이 더 비싸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는 역삼 브랜드타운(아이파크, 자이 등)에 들어서는 마지막 아파트로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 등의 입지조건을 갖춰 향후 미래가치가 더 높다는 평을 받는다.
선릉역(2호선‧분당선), 한티역(분당선)과 가깝고 강남 테헤란로 업무지구에 위치하며 경부고속도로 서초IC, 동부간선도로 등에 진입이 수월하다.
도성초, 진선여중, 진선여고, 역삼중이 가깝고 인근에서 GTX, 영동대로 복합개발, 현대차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개발이 예정돼 있다.
◇ 청약 열기에 가점 60점대도 '울상'
분양가가 시세 대비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전 타입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다.
시공사가 보증해서 제공하는 중도금 대출이나 대출 무이자 혜택 등도 없다. 결국 현금여력이 되는 부자들 사이에서 리그전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평형(총 10가구)의 경우 시세와 분양가가 비슷한 수준이라 부담을 더 키웠다.
115㎡(4가구)의 분양가는 20억6600만~21억7500만원, 125㎡(6가구)는 21억8000만~23억35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시세와 비교해 보면 역삼자이의 114㎡는 지난 7월 23억8000만원, 래미안펜타빌의 138㎡도 같은 달 23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개나리래미안은 이달 129.8㎡이 19억8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방문객은 "중형평수에 당첨되면 현 시점에서만 봐도 시세차익이 최대 5억원인데, 대형 평수는 사실상 별 차이가 없어서 로또라고 볼 수 없다"며 "그래도 입주 시점에서 좀 더 오르거나 신축 아파트의 이점이 있을테니 대박은 아니고 중박에서 소박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세 차익, 신축 아파트, 공급 위축 우려 등으로 인해 청약 열기는 뜨거웠다.
강남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어차피 다음 달 분양가 상한제 도입되면 분양 물량이 줄어들게 돼 있다"며 "분양을 한다고 해도 시공사들이 분양가만 싸게 해놓고 옵션비용 등을 올릴 게 뻔하기 때문에 지금 들어가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그의 아내는 "중도금 대출이 안 돼서 비용이 부담스럽긴 한데 주위에서 다들 일단 넣어보고 당첨되면 그 때 생각하라고 하더라"며 "당첨 되면 지금 살고 있는 집 정리하고 최대한 돈을 끌어모아서라도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청약 경쟁률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대권 역삼센트럴아이파크 분양 본부장은 "청약 가점이 60점대 이상인 40~50대 예비 청약자들에게 문의가 많이 왔다"며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경쟁률이 더 높아질것이기 때문에 60점대 고득점자에게 적절한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청약 경쟁률은 100대 1, 당첨 가점 커트라인은 70점 이상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와 함께 '로또'로 주목받은 래미안 라클래시는 지난 24일 1순위 청약 결과 112가구 모집에 1만2890명이 몰리면서 평균 115대 1을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를 열어보고 마음이 조급해져 래미안 라클래시, 역삼 센트럴 아이파크 두 곳 모두 청약하겠다는 예비 청약자들도 다수 있었다.
실제로 이날 견본주택에선 지난주 래미안 라클래시 견본주택에서 인터뷰를 나눴던 예비 청약자들을 종종 마주치기도 했다.
역삼동에 거주한다는 50대 여성은 "가점이 60점대인데 안정권이 아니라고 해서 놀랐다"며 "일단 두 곳 모두 청약을 해보려고 하는데, 어느 한 곳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