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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이 '평당 2910만원'에 분양한다면…

  • 2020.06.09(화) 17:06

HUG, 조합이 요구했던 분양가보다 640만원 낮춰 통보
격해지는 조합 내분…평당 2910만원 분양시 어떤일이?

(조합원)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분양가가 더 낮은 게 말이나 됩니까? 재건축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재산권 침해로 강력히 항의하겠어요!"

(예비 청약자) "강동구인데 전용 84㎡ 분양가가 10억원대라니 완전 로또잖아. 무조건 청약해야지"

(정비사업 조합‧시공사) "분양가가 너무 저렴해지는데… 일단 분양 일정을 미룹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가가 3.3㎡(1평)당 평균 2910만원으로 확정될 경우 아마도 이런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은 총 1만2032가구에 일반분양분만 4786가구에 달해 예비 청약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일반분양가가 크게 낮아질 위기에 처하자 조합내 갈등이 커지면서 사업이 점점 안갯속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이미 조합 집행부와 비대위격의 조합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만큼 빠른 사업 진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HUG가 제시한 분양가로 선분양을 실행한다고 해도 '로또 분양', '과도한 분양가 규제' 논란 등의 잡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의 일부 조합원들이 지난 8일 오후 2시 대의원회의가 열리는 현장에 방문해 HUG가 제시한 3.3㎡당 평균 일반분양가 2910만원이 터무니 없이 낮다며 항의했다./채신화 기자

◇ '차라리 후분양!' 목소리 높이는 조합원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8일 긴급 대의원회를 열고 2호 안건인 '관리처분변경계획의 건'을 통과시켰다. 

해당 안건엔 HUG측이 확정한 평당 평균 일반분양가 2910만원 내용이 포함됐다. 조합이 원했던 3550만원은 고사하고 HUG가 조합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2970만원보다도 낮아진 가격이다. 

이에 충격에 휩싸인 조합원들의 반발이 한층 격해지는 분위기다. 

앞서 둔촌주공 조합은 지난해부터 선분양을 추진했으나 HUG와의 분양가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분양을 미뤄왔다. 최근 1년간 둔촌주공 인근에 분양한 단지(비교사업장)가 없어 분양가를 책정하는 가격 기준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분양가 씨름이 길어지는 사이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만료일(7월 29일)이 가까워지자 조합원들의 불안감은 커져 갔다. 하지만 HUG가 평당 분양가 2900만원대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조합 집행부에 대한 비판이 확산됐고, 비대위격인 조합원들은 현 집행부에 책임을 묻고 조합장 해임 총회 등을 추진했다.

이 와중에 HUG가 둔촌주공의 평당 평균 분양가를 2910만원까지 낮춰 통보하고 해당 안건이 대의원회를 통과하면서 이 금액으로 선분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달 9일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 출석에 과반이상이 찬성하면 분양가가 최종 확정된다.

조합원들은 해당 금액에 대해 '터무니없이 낮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선분양으로 평당 2910만원에 분양하면 조합원 1가구당 약 1억2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한다"며 "일부 가구는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분양가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며 선분양을 반대했다. 

대안으로는 분양 지연, 후분양 전환 등이 떠오르고 있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거나 준공 후 분양 시에 책정되는 분양가가 HUG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아서다. 

지난해 9월 조합이 요청한 외부용역 결과에 따르면 상한제 적용시 평당 평균 분양가가 3500만원으로 추산됐다. 올 가을 기준으로 후분양시 평당 평균 분양가는 3561.7만원, 2년 후에는 공시지가 상승으로 4000만원이 예상됐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사무실./채신화 기자

◇ 로또 분양·청약 전쟁 이어질듯

하지만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사업방식 변경'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애초에 시공사(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대우건설)와 선분양을 전제로 계약을 한데다 단지 규모가 커서 후분양시 금융비용 조달도 어렵다. 

시공사와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 재선정까지 예상해볼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위약금이나 사업지연 등의 리스크가 높다.

이에 시장에선 둔촌주공의 선분양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예비 청약자들은 둔촌주공을 '로또'라고 여기고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평당 평균 분양가 2910만원은 공시지가가 약 절반인 동대문구 용두6구역 재개발(래미안 엘리니티)의 평당 분양가 2745만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남4구에 속하는 강동구에서 분양하는 둔촌주공이 강북의 분양가와 엇비슷한 셈이다. 

시세와 비교해도 평당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 

둔촌주공 인근 강동구 성내동 '올림픽파크한양수자인'(2016년 준공)의 평당 평균 매매가가 3600만원, 강동구에서 지난 4월 입주한 길동 'e편한세상강동에코포레'의 평당 시세도 4000만원대다. 

여기에 둔촌주공 사례를 보고 분양가 책정에 부담을 느낀 정비사업 조합이나 시공사들이 분양 일정을 미루면서 분양 공급이 생길 우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예비 청약자들의 청약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서울에서 처음 분양한 '르엘 신반포'는 평균 청약 당첨가점이 70점에 달했고, 최근 청약자를 받은 '흑석리버파크자이'에선 가점 만점(84점)자가 나올 정도로 청약 수요가 높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평당 2900만원대에 분양하면 서울에 있는 청약통장이 다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며 "둔촌주공처럼 사업 가치가 있는 곳이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 조합원 수가 적거나 소규모 단지들은 재건축을 포기하거나 분양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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