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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청약 긴급처방]본청약 앞당긴다지만, 토지보상은요?

  • 2020.09.08(화) 16:54

9년전 사전예약제 문제였던 본청약시기 손질해 재출격
하남교산 등 여전히 토지보상 관건…주민 반발도 걸림돌

"사전청약 (정책을 수립) 할 때 기본 원칙이 본청약 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자는 것이었습니다."(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

"본청약 기간을 앞당기려면 토지보상을 먼저 했어야죠."(한 부동산 전문가)

정부가 9년만에 사전청약제를 부활하면서 본청약 시점을 바짝 앞당기기로 했다. 과거 사전청약제(당시 사전예약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토지보상 단계에 있거나 임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사전청약 대상지로 꼽아 본청약까지 걸리는 기간을 1~2년 정도로 단축했다.

문제는 토지보상이 '완료'된 곳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했거나 일부는 시작도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뒤따른다. 토지보상 과정에 여러 변수가 도사려 자칫 본청약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또 공공주택 공급에 대한 주민 반발이 큰 점도 여전히 걸림돌로 지목된다.

◇ 보상 이제 막 시작 단계…곳곳에 변수

국토부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의 조기 공급효과를 위해 내년 7월 이후 실시될 공공분양 6만 가구에 대한 사전청약 실시계획을 발표했다.

사전청약제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을 분양할 때 도입했다. 당시 토지보상도 끝나지 않은 땅을 사전예약으로 공급하면서 본청약이 기약없이 늦어지면서 효과를 내지 못했고 2011년엔 제도를 폐지했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국토부는 이번엔 지구계획, 토지보상 등 주요 절차가 진행 중인 곳에 사전청약제를 우선 적용하는 등으로 신경을 썼다.

3기 신도시 5곳(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모두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 도시 기본구상을 마련하고 지구계획 수립, 토지보상절차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은 지구계획 수립 막바지 단계다. 지난달 보상공고를 하고 감정평가 등을 거쳐 연말부터 보상에 착수한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은 내년 말 지구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9월부터 MP(마스터 플래너)팀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내년 상반기 보상 공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이제 막 토지보상을 '시작'하거나 내년 상반기나 돼야 착수할 수 있는 상태다. 토지보상에 착수했다고 하더라도 지장물조사 등의 과정에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는 변수가 많아 우려가 크다.

신태수 지존(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업체) 대표는 "통상 지장물조사를 끝내고 토지보상을 공고하는데 3기 신도시는 인천 계양 외에는 시작도 안 했다"며 "급하니까 일단 토지보상부터 시작하고 나중에 지장물보상을 분리해서 하겠다는건데 이렇게 되면 보상 완료 시점이 더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장물은 공공사업 시행 지구에 속한 토지에 설치되거나 재배 중이라 공공사업 시행에 방해되는 물건으로, 지장물보상은 통상 토지보상과 함께 조사·공고하며 보상협의회를 구성하고 평가사를 추천받는 등의 절차가 있다.

신 대표는 "3기 신도시 중 선호도가 가장 높은 하남 교산(총 3600가구 사전청약예정)의 경우 비닐하우스, 창고 등 지장물이 워낙 많아서 보상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결국 보상이 관건인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선 본청약이나 입주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2021~2022년 사전청약을 한뒤 계획대로 본청약을 2023~2024년 진행한다고 해도 입주는 2026~2027년에나 가능하다. 사전청약에서 입주까지 빨라야 5~6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토지보상 과정에서의 변수 하나하나가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하남 교산/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주민 반발도 걸림돌 

일부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전청약 대상지 발표에선 정부가 8·4대책을 통해 공개한 수도권 부지 중 '알짜'로 평가받는 과천정부청사 유휴지,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용산 캠프킴 부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흥진 실장은 "태릉골프장은 2021년 상반기 교통대책 수립 후, 과천청사부지는 청사활용계획 수립 후, 용산 캠프킴은 미군반환 후, 서부면허시험장은 면허시험장 이전계획 확정 등의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사전청약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주민 반발이 심한 곳으로, 정부 일정대로 주택 공급이 이뤄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8·4 공급대책에서 가장 공급 규모가 큰 태릉골프장(1만 가구)은 교통난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과천청사(4000가구)도 인구 과밀, 교육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김종천 과천시장이 수 차례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 강남구(서울의료원), 마포구(서부면허시험장) 등도 비슷한 이유로 택지 조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는 관련 지역주민, 지자체와 협의해 지구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뒤 추후 사전청약 일정을 다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 실행까지는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태수 대표는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2018년 9·13대책)에 포함됐던 광명 하안은 지역민 반대로 아직 사전영향평가도 못했고, 화성 어천지구는 농민들의 반발로 지장물조사를 중단한 상태"라며 "이처럼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면 정부도 정책을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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