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번 대선은 '부동산 대선'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비 후보자들의 부동산 공약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특히 여당 대선 주자들이 '공공성', '과세'를 한층 더 강화한 구상을 내놓으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규제 끝판왕'격인 '토지공개념 3법'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동안 다주택자를 겨눴던 규제의 칼날을 토지소유자에게도 들이 밀어 이익금·세금 등을 증대해 그 돈으로 청년이나 서민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이죠.
과연 토지공개념 3법을 부활해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도울 수 있을까요?
부동산 시장 불안할때면 나오는 '토지공개념'
토지공개념이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토지의 소유와 이용을 일부 제한하는 것으로 투기 광풍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법안으로 제정돼 도입됐었는데요.
그 개념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있었지만 제도화된 건 노태우 정부 때입니다. 1980년대 말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면서 땅값이 치솟자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으로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제를 도입해 시행한건데요. 이후 사유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4년, 택지소유상한법은 1999년 위헌 판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토지공개념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다 2018년 현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담은 개헌안을 내놓으면서 다시 부활을 시도했습니다. 토지공개념에 대한 위헌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아예 헌법에 명시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미 헌법(122조 등)에 토지의 공공적 성격을 규정한 조항이 있는 데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 등이 지적되며 유야무야 됐습니다.
여전히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대선과 함께 토지공개념 3법이 다시 등장했는데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토지공개념 3법을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운 겁니다.
명분은 이렇습니다. 이 전 대표는 "토지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국민의 공공재산이지만 상위 10%가 토지를 독점해 천문학적인 토지 이득을 누리고 있다"며 "지난 2019년 기준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유 토지 면적의 31.9%(가액 22.1%)를 갖고 있고, 상위 10%는 전체의 77.3%(가액 57.6%)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합니다.
이 전 대표가 대표발의로 준비중인 토지공개념 3법은 △택지소유상한법 제정안△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인데요.
택지소유상한법은 법인의 택지 소유를 회사, 공장, 기숙사 설립 등 목적 외에는 제한하고 개인의 택지 소유는 서울과 광역시의 경우 400평(법 시행 전 5년 실거주시 600평)으로 상한하는 게 골자입니다. 개발이익환수법은 환수부담률을 현행 최저 100분의 20에서 100분의 50까지 상향하는 내용이고요. 종합부동산세법은 유휴토지에 대한 가산세를 강화하는 겁니다.
이를 통해 땅투기를 막고 여기서 나오는 각종 부담금과 세금을 균형발전(50%)과 청년 주거복지 사업 및 공공임대주택건설(50%)에 사용하면 계층 불평등 완화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담겨 있죠.
서민 주거안정 보장될까…"부작용이 더 커"
일부 국민들은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고 유주택자들도 '벼락 거지'(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들)의 상황을 호소하는 마당에 주택을 분배해준다니 희소식일 수 밖에요.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과거에도 토지공개념 3법이 도입된 후 조세 저항, 개발·정비사업 지연 등의 부작용이 있었는데요. 특히 사유재산 침해 문제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토기공개념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유재산권 보호제도와 상충하는데다 정부에 소유권이 넘어가는 구조라 오히려 경제활동의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사유재산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정부 예산의 일정 부분을 투입해 국공유지를 매수하고 거기서 수익이 나면 소득 재분배를 하는 식으로 가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규제 기준이 모호하고 과거 정책과 차별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택지소유상한법의 경우 제조업 법인은 생산시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보유한 토지규모도 클 수밖에 없고, 개인도 투기가 아닌 상속, 농사 등으로 인해 보유 규모가 클 수 있다"며 "토지보유상한을 막연하게 일률적으로 정하면 부적합한 사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하는 주거복지로드맵에 이미 부동산 시장의 안정, 주거복지를 위한 임대주택 공급 내용은 충분히 담겼다"며 "그 부분에 대한 평가나 결과가 명확하게 없는 상태에서 토지공개념을 내놓는다는 게 섣부르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지금까지 나온 토지공개념 3법의 골자만 봤을 땐 과거 정책과 어떤 차별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도적 정비 없이 자꾸 새로운 규제만 내놓는다면 또다시 실패 사례를 반복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시장의 멍든 가슴에 또다시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