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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반포에도 아크로, 안양에도 '아크로'

  • 2021.12.08(수) 06:30

안양온천호계, 분양가 따라 '아크로' 적용 예고
희소성 약화 우려도…하이엔드 어디까지 확장?

'아크로리버파크'(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뷰'(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하임'(동작구 흑석)…….

주로 강남·한강변 단지에 적용하던 DL이앤씨의 하이엔드브랜드 '아크로'가 경기도까지 반경을 넓히고 있다. 단지 가치 상승을 위한 '하이엔드 열풍'이 유행처럼 번진 가운데 분양가 규제에 따른 후분양 및 고급화 시도가 더해지며 브랜드 격상을 원하는 조합이 늘고 있어서다. 

반면 갈수록 하이엔드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기존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단지·지역 주민들도 조심스레 불만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서울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호계온천, 분양가 낮으면 '후분양+아크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일대에 위치한 안양 호계온천지구 재개발사업이 DL이앤씨의 하이엔드브랜드인 '아크로'를 적용하게 됐다. 

DL이앤씨는 지난 3일 호계온천지구 조합에 공문을 보내 "조합원들의 결의를 통해 브랜드 변경을 결정할 경우 그 결과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당사가 제안한 공사계약금액 변경 및 관련 사업계획 변경, 공사기간 변경이 전제로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안양 호계온천지구 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일반분양가 재심사를 요청해 3.3㎡(1평)당 2800만원 이상 일반분양가를 심사받으면 원안대로 'e편한세상'을, 2800만원 미만을 받으면 후분양을 추진하는 대신 '아크로'를 적용해 달라고 지난 10월 DL이앤씨측에 요구했다. 

조합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겠다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조합이 '초강수'를 둔 이유는 예상보다 낮은 분양가 때문이다. 지난 9월 HUG의 고분양가 심사 결과 호계온천지구의 일반분양가 상한은 평당 약 2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원들은 입지와 시세 등에 비해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호계온천지구는 지하 3층~지상 36층, 10개 동, 총 1011가구(일반분양 386가구)로 조성되는 대단지로 지하철 4호선 범계역 역세권이고 학교나 생활인프라도 풍부하다. 인근 아파트들의 시세는 평당 3000만원 중반대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이달 중 HUG의 분양가 재심사 결과가 또다시 낮게 나오면 후분양을 추진, 하이엔드브랜드를 적용해 고급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후분양 시 사업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급화를 해서 일반분양가를 더 높이려는 의도다.  

강남에서 부산까지…하이엔드 지도 어디까지?

호계온천지구에 아크로가 적용되면 경기도에선 처음이다. 현재 안양엔 '평촌아크로타워', '안양호계아크로리버' 등 아크로 적용 단지가 있긴 하지만 각각 오피스텔, 주상복합으로 하이엔드 아파트 개념과는 멀다. 

그동안 아크로 브랜드는 서울 서초구의 '아크로리버파크'·'아크로리버뷰', 동작구 '아크로 리버하임', 성동구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등 주로 강남이나 한강변 등 고급 단지에만 적용돼 일대 가격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정비업계에 '하이엔드 열풍'이 불면서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DL이앤씨는 올해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과 부산 우동1구역에도 '아크로'를 제안해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2018년 수주한 노량진8구역에도 e편한세상 대신 아크로로 브랜드를 변경해주기로 협의에 들어간 상태다. 

이처럼 시공사들이 하이엔드브랜드를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 지방으로까지 확대하게 된 건 정비사업 조합의 니즈가 크기 때문이다.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여부가 수주전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하고, 하이엔드브랜드로 교체를 해주지 않을 경우 시공사 계약 해지를 추진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중구 신당8구역, 광주 서천동 등은 DL이앤씨와 아크로 적용여부를 두고 갈등하다가 끝내 계약을 해지했고, 동작구 흑석9구역도 롯데건설과 하이엔드 브랜드(르엘) 적용을 놓고 마찰이 거치자 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하이엔드브랜드가 자주 쓰이면 오히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서초구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경기권 하이엔드브랜드 적용 소식에 "수도권으로 가는 순간 하이엔드가 아닌 엔드(end·끝)다", "이러다 서울 도시 전체가 하이엔드브랜드가 되겠다" 등의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여러 정비사업 조합에서 하이엔드브랜드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 내부적으로 가능한 부분들은 검토해나가고 있지만, 하이엔드브랜드 적용범위를 넓힐 계획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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