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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고' 때문에…HDC현대산업개발, 실적도 와르르

  • 2022.02.11(금) 06:30

[워치전망대]광주 사고 반영, 연간 영업이익 반토막
수주 늘었지만…보이콧·행정처분 등 '보릿고개' 예상
현산 "보유현금·자산 등 유동성 확보여력 충분"

'광주 사고'의 여파가 생각보다 빨리 실적에 닿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2021년 4분기에 지난달 발생한 '광주 붕괴사고' 손실비용을 반영하면서 연간 실적이 크게 깎였다. 영업이익률도 지난 2018년 5월 분할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가 크게 늘고 주택 공급량도 차차 회복돼 사고만 없었으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곳곳에서 '아이파크 보이콧'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행정처분도 남아 있어 향후 수주나 실적 모두 '보릿고개'가 예상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광주 붕괴사고 장부에 반영…분할 이후 '최악'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시한 실적(잠정)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300억원으로 전년(5850억원)보다 43.6%(2550억원) 감소했다. 

매출도 3조3690억원으로 전년(3조6700억원)보다 8.2%, 당기순이익은 2060억원으로 전년(2200억원) 대비 6.5% 각각 줄었다. 

이같은 실적 감소는 '광주 붕괴사고' 탓이 크다. 지난달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구조물이 붕괴하면서 근로자 6명이 숨진 사고다. ▷관련기사:'광주 악몽' HDC현대산업개발, 7개월만에 또 사고…휘청(1월12일)

HDC현대산업개발은 해당 건물 붕괴에 대한 손실 규모를 지난해 4분기 영업외 손실비용으로 반영했다. 사고는 올해 발생했지만 광주 화정아이파크 목적물의 손상으로 인한 손실 부분이 2021년 시공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당 동에 대한 추정 손실 규모를 반영한 것"이라며 붕괴된 동을 철거하고 다시 지을 때의 비용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10억원으로 전년 동기(1680억원) 75.8%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2018년 5월 분할 이후 가장 낮은 분기 영업이익이다. 

매출은 1조30억원으로 전년 동기(8940억원) 대비 12.2% 증가했지만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연간 영업이익률도 9.8%로 분할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차츰 실적 성장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9년 이후 실적의 주요 기반이 되는 분양이 부진했다. 2015~2018년만 해도 연평균 1만5000가구를 공급했지만 2019년엔 약 6500가구 공급에 그치며 2020년부터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만5000가구, 2021년 1만 가구 등으로 분양이 늘어나면서 점진적인 외형 회복과 수익 확대가 기대됐다. 조영한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2020년과 2021년 예년 수준의 분양 실적을 바탕으로 2022년부터 주택 매출이 본격 반등할 전망"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상황이 악화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 및 관계기관의 조사 결과와 정밀 구조 안전 진단 결과를 전적으로 반영하고, 입주 예정자와의 협의 등을 거쳐 진행 과정에 따라 변경되는 금액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제 시작?'…수주 보릿고개 올까암울한 실적 속 그나마 신규 수주가 빛을 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2021년 연간 신규 수주액은 8조4970억원으로 전년(3조9060억원) 대비 117.5% 증가했다. 특히 주택 부문이 6조2890억원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지난 5일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관양 현대아파트'(1313가구 규모)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며 기사회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관련기사:[집잇슈]관양 현대, 'NO 현대산업개발' 터닝포인트 될까(2월7일)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수주가 HDC현대산업개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 보장 등 '적자 수주' 수준의 사업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전히 '아이파크 보이콧' 분위기가 만연하다. 기존 준공 또는 수주 단지에서 단지명에 들어간 '아이파크'를 빼거나 시공사를 재선정하려는 움직임이 나온다. ▷관련기사:"아이파크 불안해요" HDC현대산업개발 사실상 퇴출 위기(1월14일)

광주 북구 운암3단지(3214가구 규모)는 오는 16일까지 조합원 2061명을 대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참여 배제 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운암3는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한화건설 3사가 수주한 재건축 사업으로 철거까지 완료된 상태다. 내달 HDC현대산업개발과 정식 계약을 앞둔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10일 노원구청 앞에서 현산 추방 집회를 가졌다.

이런 분위기에 고강도 행정처분까지 예상되고 있어 신규 수주에선 상황이 더 안 좋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에도 광주에서 '학동 붕괴사고'를 일으켜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현산에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사전 통지했다. 이와 별개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1년의 영업정지 처벌이 예상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현산이 영업정지를 받아 1년8개월동안 신규 사업 수주를 못한다면 사실상 시장 퇴출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유동성 확보도 어려워 보인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현산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유동화단기사채(ABSTB) 규모만 약 1조9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사고 수습에 들어갈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몽규 HDC회장은 지난달 17일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완전 철거 및 재시공 방안까지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아파트처럼 '와르르' 무너진 HDC현산 '정몽규의 꿈'(1월17일)

한신평 관계자는 "사고 현장과 관련한 원가 및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특히 전체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방안이 결정될 경우 장기간의 준공 지연, 추가 공사에 따른 원가 투입, 수분양자 보상 등으로 손실 및 자금 소요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보유현금과 지주사를 포함한 보유자산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할 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관련 내용을 현재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도래하는 유동화 증권의 상당 부분은 사업장 추진에 따른 현금흐름으로 상당 부분 상환되는 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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