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정비사업지 곳곳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사실상 퇴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1일 광주 서구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사업지에서는 시공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추가 수주도 어려울 전망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능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당분간 새로운 정비사업 수주에 발을 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전사고 불안"… 잇따른 시공 계약 해지 목소리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5년 9월 GS건설, 한화건설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사업을 수주했다.
운암3단지는 3214가구 규모로 현재 철거를 마쳤고, 오는 3월 착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맡은 광주 건설현장에서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자 조합원들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작년 6월 붕괴사고가 일어난 광주 학동 해체현장과 지난 11일 구조물 붕괴사고가 벌어진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 모두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현장이었다.
조합 임원들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시공 계약 해지 의견이 다수일 경우 총회를 통해 계약 해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조합 측은 "학동 참사에 이어 서구 화정아이파크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조합원들의 시공 계약 해지 여론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 컨소시엄 관계자는 "시공 계약 해지와 관련해 조합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의견을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GS건설과 공동시공하는 대전 서구 탄방1구역 재건축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시공사 교체 요구가 나왔다. 지난 12일 한 조합원은 조합 커뮤니티 사이트에 "지난번 버스정류장 철거(학동) 사고와 비교할 때 이번은 HDC현대산업개발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시공사 교체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연이은 사고가 시공 계약 해지 사유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계약을 해지하려면 계약상 위반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시공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자체를 해지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조합원 총회를 거친 계약 해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계약 해지는 조합과 시공사 간 계약 조건에 따라 이뤄져야 하므로 사업지마다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계약서상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조합원들이 원하면 법정으로 갈 수는 있는데 섣불리 결과를 점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신뢰 추락… 당분간 수주 난관 예상
시공사 선정을 앞둔 정비지역 분위기는 더욱 심상치 않다. 업계에선 당분간 HDC현대산업개발의 새로운 수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경기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는 최근 광주 사고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달 24일 HDC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이 단지 입찰에 참여한 상황이다.
현대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사업은 시공사 경쟁이 치열해서 조합 임원이 교체되고 내홍이 많았다"며 "최근에는 롯데건설이 제출한 이미지가 도용 논란에 휩싸여서 여론이 안 좋았는데, 광주 사고 이후 분위기가 반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은 지하 3층~지상32층, 1305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서는 사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직후 조합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이 사업지에 공을 들였다.
'압구정 현대' 신화의 재현도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1976년부터 1987년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건설하며 민영 아파트의 역사를 썼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이 아파트의 재건축 수주를 숙원사업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4개 단지 83개동, 6335가구 규모다. 현재 가장 많은 가구가 포함된 압구정 3구역(1~7차 및 10·13·14차) 등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범 현대가의 두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이 지역 재건축이 속도를 내자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 수주는 물 건너간듯 하다"며 "압구정 현대뿐 아니라 앞으로 모든 정비사업지에서 당분간 수주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이미지와 신뢰도는 크게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려는 아파트가 아이파크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보는 질문에 13일 오후 기준 549명이 '다른 브랜드를 알아본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7.4%다. 나머지 32.6%는 그냥 산다고 답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브랜드 적합도'에 대해선 응답자의 83%인 545명이 '아이파크는 부실공사 이미지가 강해졌다, 기피하는 브랜드다'라고 대답했다.